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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11

11장 4일째 저녁

311.


 살짝 미소 짓고 있는 는개의 중학교 3학년 초 증명사진 속에는 그 나이에 비치지 않는 허무와 환멸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했다. 자신이 거울에서 봤던 그 환멸이 는개의 사진에도 있었다. 마동은 는개의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의 증명사진과 중학교 3학년 때의 사진을 비교해가며 진지하고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는개는 그런 마동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는개는 마동의 어떤 부분을 감지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얼굴은 볼에 살이 붙어서 통통하게 보였지만 지금 옆에 앉아있는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이후의 사진은 더 이상 그 이전의 얼굴 모습은 아니었다. 벗어났다. 완벽하게.


 “귀여운데.” 마동은 아주 조용히 읊조렸다.


 “좀 크게 말 해 줘 요”라고 마동의 귀 가까이 다가와서 는개가 말했다. 마동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미소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녀는 마동의 집에 와서 웃음이 부쩍 늘었다. 는개의 웃음은 공허하기만 했던 거실을 밝혔다.


 반딧불이 불을 밝히듯.


 는개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증명사진을 꺼내서 바라보았다.


 “난 정말 사진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에게 투덜거렸죠. 어째서 이렇게 사진이 못 생기게 나올까. 난 나에게 질문했어요. 넌 어떻게 생겨먹은 애야?”


 “당시에 또래는 모두 그런 고민을 할 때에요.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기였으니까요. 시간이 남아돌았고 할 이야기가 많았던 시절이에요. 알죠? 사춘기니까요. 예민할 때니까. 애들 대부분 거울 속에 비친 얼굴과 사진 속의 얼굴은 정말 다른 사람이다, 너무 싫다며 투덜거렸어요.” 는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회는 먹지 않았다. 와인만 마셨다.


 “그런데 전 그 반대의 이유로 나 자신에게 투덜거렸죠. 전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의 모습 그대로 사진에 나오는 거예요.”


 “그럼 좋은 거 아니야?”


 “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너무 싫어했어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아픔을 잔뜩 지니고 있었거든요. 내가 내 얼굴을 보는 것이 마치 몬스터를 보는 것 같았어요. 사진을 찍으면 그 모습 그대로 나오는 거예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살을 찌우기 시작했어요. 마구 먹었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7킬로그램이 쪘어요. 그리고 증명사진을 찍었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볼 살이 통통하죠? 하지만 거울 속의 모습 그대로였어요. 사진에는 그대로 찍혔더라구요.”


 는개는 와인을 따라 부었고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증명사진을 학교에 제출하면 생활기록부에 붙이고 교무실에 붙이고 담임선생님의 수첩에 붙이고 그리고 학생증에 붙여야 했어요. 교내의 어디를 가나 몬스터처럼 나온 내 얼굴을 봐야만 했어요. 전 정말 싫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군”라고 마동은 굵직하게 말했다.


 “그래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어요. 당신도 방금 내 사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더군요. 그 모습을 발견한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신기했어요.”


 “그렇군. 맞아. 나는 는개의 사진 속에서 무엇인가 변화된 모습을 발견했어.”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작은 동네의 골목이었죠. 그리고 그날 당신을 만났어요.”


 마동의 입에서 음 하는 소리가 빵 굽는 기계에서 나오듯 흘러나왔다. 허리를 펴고 테이블에 대고 있던 두 팔을 무릎 위에 올렸다. 상체를 바로 일으켜 의자에 등을 기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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