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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7. 2021

기이한 도서관

하루키 소설


하루키 단편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는 후에 한 권짜리 ‘이상한 도서관’으로 재탄생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길이와 깊이가 늘어나거나 길어진 건 아니다. 단지 시대에 맞게 표현이 되었고 독일의 삽화가와 함께 두꺼운 양장본으로 출판된 것뿐이다.


지난번의 소설 ‘잠’과 ‘빵가게 습격’ 그리고 ‘버스데이 소녀’가 이렇게 독자적인 단행본으로 출판이 되었다. 뭐 다 상술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이벤트 같은 것으로 간주하면 편하다.


삽화가 있어서 판타지 이야기의 집중에 방해가 되는지 더 빠져드는지 그건 나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삽화가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삽화가 없는 버전을 먼저 읽고 재미있어서 꽤 여러 번 읽고 난 후 삽화 버전을 읽었는데 삽화 이전의 상상했던 그림을 비교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소설은 지극히 초현실이며 지극히 판타지다. 그래서 언제 읽으면 좋으냐 하면 지금 읽으면 좋다. 라면은 언제 먹으면 맛있을까? 바로 지금이다. 요즘처럼 감염병 때문에 어딘가에 가지 못하고 방구석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지금 이때 읽으면 딱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소설을 아주 싫어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소설은 다 허구다.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렇기에 허구를 비틀어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들은 현재 그래픽의 발전으로 영화로 다시 재탄생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만 한다면 한 번 사는 인생이 정말 재미가 없을 것이다.


하루키에게는 이런 초현실 중의 초현실 소설이 많다.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하늘에서 전갱이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그림자와 분리된 채 살아가는 마을이 있고, 일큐팔사에는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가 있고, 심지어 노르웨이 숲에서 나오코가 요양하는 병원도 초현실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곳에 온 환자들은 자신의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려 한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장편소설이나 에세이에 대해서 이야기는 해도 이렇게 완전히 초현실 소설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하루키는 어떤 인터뷰에서 시나가와 원숭이에 대해서도 술술 인터뷰를 했다. 시나가와 원숭이는 말을 하는 원숭이로 인간의 이름을 훔치며 살다가 시나가와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늙어 버린 시나가와 원숭이가 이번 단편집에 다시 나온다. 15년 전에 단편으로 1편이 나왔고 15년이 지난 현재 일인칭 단수 단편집에 2편이 실려 있다. 단순하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지만 이름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배역 속에서 평생 살지도 모른다.


사르트르나 데리다의 책을 보면 인간은 배역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은 어차피 배역이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주어진 배역을 하고 학교에서도 배역이며 가정에서 조차 배역을 할 뿐이다. 배역의 옷을 오랫동안 입고 있다 보면 마치 그것이 내 인생인 듯 흘러간다.


엄마는 아이에게 맞춰 배역을 하고, 아이는 엄마에게 칭찬을 들으려 배역을 한다. 회사에서는 안 됩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된다고 하는 대답을 하는 배역을 한다. 가기 싫어도 애인이 가자고 하면 가야 하는 배역을 하고, 가족이 먹고 싶다면 먹기 싫어도 먹게 되는 배역을 한다.


하루키의 기이한 도서관, 같은 초현실 소설을 읽으면 이런 배역에 대해서 엷게나, 깊게 생각을 한 번 하게 된다. 소설의 장점이라면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양사나이가 나오지만 장편 소설에 나온 양사나이와는 조금 다르다. 그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위의 소개 문구처럼 하루키만의 매력이 묻어나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SQZg9Av56XI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의 원곡을 부른 오자키 유타카의 목소리로 아이 러브 유를 듣자. 오자키 유타카에 대해서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만화에서 탁 튀어나온 실사화의 원형이 오자키 유타카 일 것이다. 포지션과는 다르게 투박하고 덤덤하게 부르는 오자키 유타카는 하루키와 더불어 고도성장하는 일본의 버블 경제에도 자살을 하던 젊은이들을 대변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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