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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4.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14

14장 6일째

414.


 “당신, 우울한 노래를 좋아하는군요. 듣기 좋은데 왜 바꿔요? 그 노래가 듣고 싶어요.” 탁탁탁하며 도마에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 사이에서 는개의 목소리도 들렸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냥 엠피쓰리의 버튼을 눌렀을 뿐이야. 다른 노래로 바꾸고 싶은데.”


 는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마동은 그대로 ‘세상의 끝’이라는 노래를 다시 틀었다. 노래가 수액처럼 진하게 흘렀다. 죽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새가 집안에 번졌다. 어두운 공간에 한 줄기의 빛이 떨어지듯 죽 끓이는 향이 거실로 퍼져 나왔다. 는개가 만들어내는 죽 끓이는 향은 고독하지 않았다. 익숙한 곳에서 낯설고 좋은 향이 번졌다.


 “노래가 우울해요. 마치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아요.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저 무척 좋아해요.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우리 정서와는 다른 것 같은데,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 아주 잘 맞아요. 아주 넓은 세계를 향해서 교신을 하는 거 같아요(웃음). 톰 요크의 목소리는 정말 꿈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요.” 는개는 마동의 대답을 듣기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라디오헤드의 노래는 언젠가부터 노래를 통해서, 어딘가에 있는 존재에게 여기로 오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거 같지 않아요?” 그리고 는개는 큰 소리로 웃었다.


 “이 노래는 라디오헤드보다 더 오래됐어. 아마 30년은 되었을 거야. 그때 이런 분위기의 노래를 왜 만들었을까. 나라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가수의 내면이 그러했을까. 하며 그런 생각이 들곤 했어. 어찌 되었던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곡이야.”


 마동은 는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는개도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좋아하는군. 도대체 그 녀석들 노래는 어디가 좋아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거지.”


 “그건요, 노래의 느낌이 들을 때마다 달라서 그래요. 그리고 다른 노래를 들어도 느낌이 비슷해서 좋은 거예요.”


 탁탁탁 하는 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도마와 칼의 마찰이 내는 소리다. 칼은 철탑 인간이 쥐고 있었던 그 칼이었다. 그녀가 들고 나서야 비로소 칼이라는 명제에 부합되는 기분이 들었다. 죽에 넣을 재료를 썰고 있는 모양이었다. 냉장고 안에는 죽에 들어갈 만한 그 무엇도 없을 텐데, 하고 마동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요술 쟁이니까. 코를 찡긋거리는.


 “뭐지? 느낌이 달라서 좋고? 느낌이 비슷해서 좋다는 건?”


 “글쎄요, 무엇일까요. 흘러가는 것이 머물러 있는 것을 아우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흐음"라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마동이 소리를 냈다.


 “각각의 노래는 여러 부분을 지니고 있어요. 그 부분은 서로 향하는 곳이 달라서 내는 소리가 모두 다른 거예요.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공간에 따라서 말이에요. 일정한 시간의 격차는 생략하고 노래는 소리를 내는 거예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사와 리듬은 같지만 그래서 느낌이 몽땅 달라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해요. 그것이 라디오헤드의 특징이다, 그것으로 인해 결점을 보완해버린 밴드라고 생각이 들어요.”


 “흠, 난해해.” 마동이 말했다.


 “마치 당신 같아서 좋다는 거예요.”


 “난처하군.”


 “회사에서 당신이 고요하게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당신이 무슨 노래를 듣는지 궁금했어요. 휴대전화 속의 노래 파일에는 무슨 노래들이 들어 있을까, 어떤 음악을 저토록 심취해서 듣고 있나 정말 궁금했어요. 내가 스토커 같나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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