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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5.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34

14장 6일째

434.


 “네, 맞아요. 회사 직원이지만 자연스럽게 세련되고 사랑스럽죠”라며 마동은 는개의 모습을 떠올렸다.


 역시……라는 카페 주인의 말이 들렸다.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이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죠. 저의 아내에게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서”라고 하며 카페의 주인은 크게 웃었다. 카페 주인의 웃음은 수면에 떨어진 물감이 번지듯 전염될 것 같았다.


 “네, 자연스러운데 세련되기까지 한 여자는 드물죠.”


 카페의 주인은 자신도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비가 연일 쏟아지는 건 근래에 들어서는 처음 봅니다. 커피는 제가 서비스로 드리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드세요. 그런 멋진 여성분을 두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시다니 능력이 좋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영광입니다”라며 카페의 주인은 웃었다. 마동도 따라서 어색하나마 미소를 살짝 만들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카페의 주인은 풍채가 좋았다. 그에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부드러웠다. 그리고 목소리가 짙으면서도 빡빡하지 않았다.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 같았다. 하얀색 멜빵바지를 입었고 바지 곳곳에 커피 자욱이 총 맞은 것처럼 번져 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배가 많이 나왔고 정겨운 모습의 배였다. 세상에는 그런 배가 존재한다. 아무리 나온 배라도 정겨운 배가 있는 법이다. 날씬하고 배에 군살이 없지만 정이 가지 않는 배도 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만 정이 가는 배와 정이 가지 않는 배를 가진 사람으로 나뉜다면 정이 가는 배를 가진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다. 볼록하게 나온 카페 주인의 배는 푸우의 배처럼 친밀감이 들었다.


 “능력은 제가 아니라 그녀가 지니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이니까요. 회사일 때문에 저를 기다린 것이라서 저에겐 여자를 기다리게 할 만한 능력 같은 건 없습니다." 마동은 조용히 말했다. 카페 주인은 마동의 말을 흘려듣는 표정이었다.


 “그렇습니까? 여성분께서는 손님에게 상당히 호의적이고 마음을 열어두던데 말이죠”라며 카페의 주인은 나쁘지 않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카페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손님들의 대화나 동작) 전부 예의 주시하고 있구나. 앞으로 카페 안에서 조심해야겠군. 마동은 생각을 했지만.


 “아,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두 시간을 손님을 기다리면서 다른 곳에서 온 전화를 받는 목소리와 당신을 대하는 목소리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닌 여성이라 여기서는 걱정과 근심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거든요.” 카페 주인은 커피를 소리 나게 한 모금 마셨다. 마동도 아직 뜨거운 커피를 들어서 향을 맡은 다음 한 모금 마셨다.


 “이 비는 언제까지 올까요?” 마동은 화제를 바로 돌렸다. 없는 사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다. 게다가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안개 같은 짙은 그리움이 밀려와서 마동을 괴롭혔다.


 “글쎄요. 이렇게 자주 세차게 내리는 비는 근래에, 그러니까 20년 동안에는 보지 못했으니까요.” 마동과 카페 주인은 동시에 창밖의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은 어둑해져 있어서 낮인지 오후인지 저녁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도로에 넘쳐흐른 빗물은 높은 곳에서 대지가 낮은 곳으로 필사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비가 세차게 오는 광경을 본 적이 있으시군요.” 무더운 여름에 검은 비가 차갑게 쏟아지는 날에 뜨거운 커피 잔을 들고 카페 주인을 바라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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