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y 19.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58

15장 6일째 저녁

458.


 그렇지만 내일부터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마동은 는개가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빼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그대로 두었다. 대신 마동이 그녀의 눈물을 입술로 닦아 주었다. 눈물에서는 눈물 맛이 났다. 는개의 눈물 맛이다. 곧 그녀는 그녀만의 사려 깊은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였다. 바람의 저 끝에서 불어오는 미소.


 그 미소는 그녀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눈물과 미소가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것에 마동은 놀랐다. 본디 오래전부터 미소는 는개의 얼굴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고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미소 짓고 있었던 걸요,라고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마동은 는개의 미소를 보고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렇게 해요”라고 는개가 말했다.


 흠.


 비가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버브의 드러머가 쉴 새 없이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와 같았다. 는개는 마동이 들고 있는 우산 속으로 들어왔고 마동은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는개가 마동의 품으로 파고들어 올수록 그녀의 향이 깊어졌다. 졸음이 뇌의 깊은 곳을 점령했고 그. 리. 움. 이 폐에 들어찼다. 그리움은 마동을 저 먼 기억 속의 그곳으로 데리고 가려했다. 불안정한 대기는 그 불안정함이 불안한 듯 크게 짖어대고 있었다. 마동은 는개와 나란히 서서 불안정한 자줏빛 해무가 가득한 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검은 비가 하늘에서 떨어져 우산에서 요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저건 은하계 43.5도에 위치한 잠불 행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에요.” 요란한 소리 사이로 고요하게 는개가 말했다. 마동은 쏟아지는 졸음을 털어내며 그녀에게 얼굴을 돌리고 정말이야?라고 물어보았다.


 “순전히 거짓말이에요. 저 불우한 자줏빛이 감도는 해무가 무엇인지 전 알지 못해요. 설령 은하계의 6 행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할지라도, 그냥 환경오염에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해도,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바람이든, 무슨 바람인지 전 알지도 못하고 어떤 바람이라 해도 상관없어요. 당신과 함께 있으니 헤쳐 나가지 않겠어요?” 그녀도 졸음에 겨운 듯한 소리로 말했다.


 정말 이런 때에 졸음이라니.


 마동은 졸음이 몰려오는 자기 자신이 허무했지만 어둠의 도트를 멈추게 하려면 어떨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졸음은 마키아벨리의 군주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자 이제 당신은 하나, 둘, 셋에 잠이 듭니다. 하고 망치로 머리를 때려서 잠이 들게 할 만큼 강제적인 졸음이었다. 이렇게 격한 졸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마동은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 알겠어. 우리는 같이 있도록 하는 거야.” 마동이 겨우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는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얼굴의 반이 가렸다. 선글라스를 꺼낼 때 핸드백 속에 계면활성화의 일회용 칫솔 도구가 있었다. 마동의 입술 모양이 살짝 움직였다.


 “저 선글라스가 꽤 잘 어울리는 여자예요.”


 “그런 것 같아.”


 마동은 는개의 어깨를 마지막으로 꼭 끌어안았다. 그녀를 마동 자신의 몸에 흡착시키려는 듯 당겼다. 그녀만의 관능과 그리움의 마음이 복합적으로 전해졌다. 마동의 변하지 않는 마음처럼 견고한 듯했지만 연약해서 미약한 바람에도 부서질 것 같은 는개가 애달프고 안타까웠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5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