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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0. 2021

런던 팝에서 6

단편 소설



6.


 “부모님은 일주일에 14번은 싸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한 번, 일하고 돌아와서 저녁에 한 번, 싸우는 내내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우리를 마치 버릴 짐 꾸러미처럼 서로 떠맡기려는 부모의 언쟁이었어요. 그날은 낮이었어요. 부모님은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싸웠을 모양이에요. 재산이 불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죠. 좁은 집이었어요. 방은 두 개가 고작이었고 엄마는 안방에서 잠을 자고 아빠는 거실에서 잠을 자고. 싸우니까 같이 잘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예요. 매일매일 말이에요. 우리는 한 방에서 같이 뭉쳐서 잠을 자는..... 그런 생활이었어요. 그날은 오빠는 오빠는 없고, 동생과 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동생이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잠이 깨고 말았어요. 방문을 열고 화장실에 가려는데 거기서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가, 무엇인가가 입을 막고 있어서 그 소리가 가늘게 새어 나오고 있었어요. 화장실의 문틈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엄마는 싫어하는데 아빠는 엄마의 치마를 올리고 뒤에서 하고 있었어요. 한 손은 엄마의 입을 틀어막고 말이에요. 엄마의 얼굴은 고통과 울분과 격분에 가득 휩싸였어요. 아빠는 마치 짐승처럼 엄마를 겁탈하고 있었어요. 그저 보기 싫은 사람이지만 본능에 움직이는 거예요. 그렇게 싸우는 존재인데 봉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가 봐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와인만 마셨고 음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 식탁 위에 차례대로 나온 연어요리가 가득 찼다. 누군가 멀리서 본다면 어울리지 않는 남녀가 일방적인 기념일을 챙기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전 16살 때 첫 경험을 했어요. 처음은 늘 그렇듯이 달갑지 않았어요. 그때 엄마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남자는 저를 그저 따먹는 과일처럼 대했어요. 인격이라고는 그 자리에 없었어요. 그 뒤로 남자를 만나면 순차적으로 봉크로 가게 되었지만 저는 그때마다 그 자리를 뛰쳐나왔어요. 남자들은 오로지 봉크를 하는 생각, 앞뒤를 전부 잘라먹고 나의 옷을 벗겨 봉크를 하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이야기를 하면 눈빛은 옷 이면의 발가벗은 내 가슴과 살갗, 성기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자가 다 그렇지,라고 할 수도 있어요. 전 알 수 있었어요. 모두가 봉크를 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라는 것을요. 오직 그것뿐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나는 연어 초밥을 씹어 먹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어초밥은 심각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맛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연어초밥도 맛있다고 느꼈지만 제대로 된 초밥을 먹고 난 후에는 마트에서 파는 냉동 초밥은 이제 먹기 싫어졌다.


 “오빠와는 2년 동안 매일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남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성향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혹시 오빠는 이반인가요?"


 나는 그녀의 질문에 빨리, 대체로 정리해서 대답을 해야 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 생각에 빠지느라 대답을 재빨리 하지 못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여자를 당연히 더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여자와 봉크를 하는 문제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정확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동전의 앞뒷면처럼 확실하지 않았다.


 그녀를 술을 많이 마셨고 결국 그녀를 부축해야 했다. 좋은 향이 났다. 나는 그날 밤 그녀의 말에 고민을 했다. 얼굴은 보기 좋으리만치 붉은 기가 돌았으며 입안에서는 와인 향이 그녀가 뿌린 향수와 손잡고 흘러나왔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 앞으로 같이 지내는 건 어때요? 오빠라면 봉크를 허락할 수 있어요. 하지만 봉크가 아니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만족할만한 무엇인가를 제공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다고 이반은 아니에요. 그리고 오빠가 이반이라고 해도 저는 상관이 없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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