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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7. 2021

런던 팝에서 13

단편 소설



13.


 킨의 음반은 레코드 시장이 무너진 이후에 등장했다. 그래도 외국의 노래는 아직도 레코드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킨의 음악을 한국에서 레코드로 듣는다는 것은 무리다. 시디 플레이나 파일로 틀어야 할 것이다. 레코드로 듣는다면 참 좋을 텐데.


 디제이는 신청곡을 적은 메모지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CCR의 노래가 끝나고 데이빗 보위의 노래가 나왔다. 데이빗 보위에 대해서도 디제이는 실컷 이야기를 했다. 마치 아직도 살아있는 것처럼 말을 했다. 얼마 전에 죽었지만 정말 블랙 스타를 듣고 있으면 아직도 데이빗 보위는 옆에 살아있는 느낌이긴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디제이는 내 신청곡을 적은 쪽지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음악 감상실 안을 둘러보았다. 생긴 지 이미 몇 년은 된 것 같았다.


 어째서 그동안 사람들은 이곳을 외면하고 있었을까.


 아니 나는 그동안 왜 몰랐을까.


 동네를 채우고 있는 대부분 인구의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음악 감상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시큰둥했을지도 모른다. 오래 전의 음악 감상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음악소리도 요즘 고출력 음장 기기에 비해서 모자라지 않았다.


 디제이 뒤로 보이는 레코드판은 수백 장, 아니 수천 장은 넘어 보였지만 홍수 같은 음악을 커버하기에는 모자람이 많았다. 레코드판으로 틀지 못하는 음악은 컴퓨터로 틀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디제이 박스 속에서 컴퓨터는 보이지 않았다. 유리벽으로 보이는 디제이는 레코드를 걸고 바늘을 치우는 모습만 볼 수 있었고 마이크와 소리를 줄이고 높이는 기기와 여타 다른 음장에 관련된 기기는 보였지만 컴퓨터는 보이지 않았다. 노트북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고 컴퓨터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 태블릿 기기가 있나 싶어서 고개를 거북이처럼 빼서 봤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완전히 아날로그 식이다.


 나는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었다. 데이빗 보위의 노래가 끝나고 Queen의 Somebody Love가 나왔다. 내 신청곡은 틀어주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는데 디제이가 멘트를 중간에 했다.


 “신청곡이 들어왔습니다만 아마도 잘못 적어 주신 것 같은데요, 킨이라는 가수는 퀸을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제목도 잘못 아신 것 같은데요. 제가 바로잡아서 틀어드리겠습니다. 안타깝게 가버린 프레디 머큐리를 생각하며 들어 봅니다. 퀸의 섬바디 투 러브”라며 제니스 조플린의 곡도 이 곡이 끝나는 대로 틀어준다고 했다.


 뭐지? 킨의 음악이 없다니. 이미 네 장이나 되는 앨범을 냈고 한국에도 초기에 한 번 왔었는데.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일까. 나는 일어나서 바로 나가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갇혀 버리게 될 것 같았다. 건물에서 쳐다본다는 시선에 대해서 전혀 짐작은 할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의자는 그야말로 편안했고 퀸의 노래도 계속 듣고 싶었다. 오랜만에 노래를 크게 들어본다. 고개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어쩐지 사람들 역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사라(어제부터 이름을 불렀다) 메시지를 넣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지만 휴대전화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서 손을 씻으며 빼놓았다가 그냥 나왔을 모양이다. 사람들은 집에도 가지 않고 용케도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거나 키스를 하거나 페팅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 감상실이라는 곳이 요즘에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구나. 퀸의 노래가 끝나고 제니스 조플린의 서머타임이 나왔다. 아,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다.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노래였다. 근래에는 이렇게 크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을 하면서 사무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있지만 조용하게 틀어놓을 뿐이다. 게다가 언젠가부터는 음악보다는 유튜브 영상으로 직장인 브이로그를 틀어놓는 편이다. 거기서 나오는 일상적인 소리가 백색소음이라 듣기가 편안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스피커로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들으니 좋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변하지 않는 사상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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