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들은 늘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시 이고만싶은 글귀

by 교관
글루미 선데이의 한 장면을 그려봄



매일 바다에 나오지만 어느 날은 갈매기들이 한 마리도 없는 날이 있다

마치 갈매기들이 '이봐 우리 바다에 나가지 말자'라며 담합으로 인해 농성을 하는 파업자처럼 갈매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날이 있어, 한 마리 쯤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늘 생각은 빗나가고 만다


생각이라는 것은 어째서 늘 벗어나는 걸까


언제부터인지 바다에 갈매기보다 비둘기나 까마귀가 더 보이기 시작했다

비둘기가 귀엽게 모여있다면 까마귀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바닷가를 점령해 버리고 만다

비가 내리고 난 후 지저분해진 도로 위에서 크악크악 공격적인 소리를 내며 인간이 버려놓은 음식 찌꺼기를 먹으려고

날개를 펼치고 서로 노려보고 있다


까마귀들은 저들의 공간에서 어쩌다가 바닷가까지 와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도로 위의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쪼고 있을까


까마귀들을 보고 있으면 내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세상에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거 같다

까마귀들이 먹이 때문에 생존을 위해 날개를 펴 크악크악 거리는 모습은 글쎄 조금 괴롭다

사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은 갈비탕을 먹고 나면 약간 남아있는 국물처럼 늘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


조금 괴롭다는 말은 정말 괴롭지 않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정말 괴롭지 않음은 늘 괴롭다는 말과도 같다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이면 괴로움이 침잠해있다

꿈에서마저 까마귀들이 나온다


여긴 우리 자리야 이제 넌 다른 곳으로 가

까마귀들이 덴마크적인 바다에서 나를 쫓아내려고 한다

나는 싫다고 해야 하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때 트럭이 까마귀들을 밟고 지나가 버린다

도로에 쩍 붙은 까마귀를 나는 토를 참아가며 떼어내고 있다

그 소리가 소름이 끼쳐

어쩐지 적요한 흙구덩이 속에 들러붙어있던 내 정신의 신경 줄을 억지로 뜯어내는 소리와 같았다


이런 꿈은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한 이면에는 소름이 눈을 홉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다

상처가 아물기 전 생긴 딱지를 떼어 버리고 난 다음을 후회할지라도

속살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다

겁을 집어먹는 것과 지금까지 해 오던 짓을 지치지 않고 계속해야만 한다고 내가 나에게

꾸짖고 소리 지르는 것

겁이 나고 무섭지만 입으로 무섭다고 할 수 없는 이상한 어른이 이미 되어 버렸다


콤플렉스를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거야

세상이 불합리적이고 모순인데 합리적으로 비합리를 설명해야 한다니

나는

블랙 스타를 듣는다

그것이 유일한 존재양식의 行路인 것처럼


- 까마귀들은 늘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XS088Opj9o0

마돈나가 엄청난 까마귀 떼로 변신하는 장면이 영화만큼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다. 삭막하고 황폐한 곳에서 마돈나는 마치 까마귀처럼 춤을 춘다. 정말 까마귀가 된 것 같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마돈나의 노래는 심장을 파고들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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