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문정희 시인의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는 문구는 ‘겨울 사랑’라는 시에 나온다.
-겨울사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 년 백설이 되고 싶다
문정희 시인의 시는 온통 사랑으로 채색되어 있어서 시가 아니라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녀의 언어는 손으로 만지면 차갑지 않고 온후하고 따뜻한 엄마가 낀 장갑 속 같다. 사랑에 대한 의미에 금이 가려고 할 때 문정희 시인의 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 금이 연고를 바른 것처럼 없어지는 마법을 부린다.
눈송이는 겨울에만 나타나니까 겨울에만 하는 사랑이라 더더 애틋하다. 겨울은 차갑지만 따뜻한 계절이 아닌가. 바람이 심할수록 우리는 등을 구부리고 몸을 만다. 겨울이 심술을 부릴수록 인간의 체온은 뜨겁게 올라간다.
시는 인간과 똑같다. 자식은 엄마의 고통으로 낳지만 태어나는 순간 자식은 또 다른 자식과 만나 가족을 이룬다. 그 사람을 읽는 사람의 것이 된다. 단 한 번의 생을 살기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고, 그 실수가 실패가 아닌 실력이 되기도 한다.
-나무처럼 사랑하고 싶다
나무는 인간보다 오래 살면서 인간만큼 보지 않는다. 나무의 사랑은 수줍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 없다. 나무와 나무는 서로 사랑하기 위해 거미줄 같은 뿌리를 진화의 시간으로 움직여 서로를 더듬고 알아가며 사랑을 한다. 그들만의 수줍은 통로로 실핏줄을 절실하게 뻗어 서로를 기억한다. 기억은 수백 년을 흘러 단단하게 박힌다. 나무는 외롭지 않다. 그들의 사랑은 기다림이다. 마주 한 뿌리가 언 땅을 헤치고 서로에게 닿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뿌리가 꺾여 나갔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뿌리가 떨어져 나갈 때마다 나무의 숨은 수액을 따라 올라가 나뭇잎 하나를 떨어트린다. 그렇지만 나무는 외롭지 않다. 그들의 사랑이 많은 곳을 걸으며 인간은 나무의 삶을 조금씩 뺏는다. 나무는 우리에게 기꺼이 생명을 나눠주지만 외롭지 않다. 그들의 사랑은 단단하게 서로를 잉태하기에 눈으로 사랑을 좇는 인간은 나무처럼 사랑하고 싶다.
오늘의 선곡은 오늘과 잘 어울리는 빌 에반스의 My Foolish Heart https://youtu.be/a2LFVWBmoi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