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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6. 2022

라디오를 켜봐요 7

소설


7.


 그녀는 이미 와인을 한 병 다 비우고 한 병 더 주문했다. 나도 먹는 속도를 줄이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식당에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토키 아사코의 ‘마이 페이보릿 띵’이 조용하게 흐르고 있었고 전망 좋은 야경으로 흐린 밤하늘이 허기진 예술가의 작품처럼 보였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서로가 우리를 마치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아이처럼 말했어요. 당신이 아이를 맡아서 키워, 라는 식이었어요. 엄마와 아빠는 우리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가족을 그리라고 하면 나는 그림 속에 나를 그리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왜 네 명뿐이니?라고 물으면 나는 그림에 없다고만 했어요. 그때 미술치료사가 있었다면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나는 가족에서 빠져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을 거예요. 그리고 적절한 치료로 내 부모님도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부모님은 일주일에 14번은 싸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한 번, 일하고 돌아와서 저녁에 한 번, 싸우는 내내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우리를 마치 버릴 짐 꾸러미처럼 서로 떠맡기려는 부모의 언쟁이었어요. 그날은 낮이었어요. 부모님은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싸웠던 모양이에요. 재산이 불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죠. 좁은 집이었어요. 방은 두 개가 고작이었고 엄마는 안방에서 잠을 자고 아빠는 거실에서 잠을 자고. 싸우니까 같이 잘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예요. 매일매일 말이에요. 우리는 한 방에서 같이 뭉쳐서 잠을 자는…….


 그런 생활이었어요. 그날은 오빠는 없고, 동생과 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동생이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잠이 깨고 말았어요. 방문을 열고 화장실에 가려는데 거기서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가, 무엇인가가 입을 막고 있어서 그 소리가 가늘게 새어 나오고 있었어요. 화장실의 문틈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엄마는 싫어하는데 아빠는 엄마의 치마를 올리고 뒤에서 하고 있었어요.


 한 손은 엄마의 입을 틀어막고 말이에요. 엄마의 얼굴은 고통과 울분과 격분에 가득 휩싸였어요. 아빠는 마치 짐승처럼 엄마를 겁탈하고 있었어요. 그저 보기 싫은 사람이지만 본능에 움직이는 거예요. 그렇게 싸우는 존재인데 봉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가 봐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와인만 마셨고 음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 식탁 위에 차례대로 나온 연어요리가 가득 찼다. 누군가 멀리서 본다면 어울리지 않는 남녀가 일방적인 기념일을 챙기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전 16살 때 첫 경험을 했어요. 처음은 늘 그렇듯이 달갑지 않았어요. 그때 엄마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남자는 저를 그저 따먹는 과일처럼 대했어요. 인격이라고는 그 자리에 없었어요. 그 뒤로 남자를 만나면 순차적으로 봉크로 가게 되었지만 저는 그때마다 그 자리를 뛰쳐나왔어요. 남자들은 오로지 봉크를 하는 생각, 앞뒤를 전부 잘라먹고 나의 옷을 벗겨 봉크를 하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이야기를 하면 눈빛은 옷 이면의 발가벗은 내 가슴과 살갗, 성기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자가 다 그렇지,라고 할 수도 있어요. 전 알 수 있었어요. 모두가 봉크를 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라는 것을요. 오직 그것뿐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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