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볶음밥을 맛있게 한 그릇 다 비웠다. 정말 맛있었다. 아줌마는 언제든 놀러 오라고 했다. 우리 준범이와 친구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줌마의 손길에 중독될 것만 같았다. 그 후로 준범이네 집에 자주 갔다. 혼자서 밥을 먹는 준범이가 늘 안쓰러웠다는 아줌마였다. 그래서 내가 가면 아줌마는 좋아했다. 준범이와 함께 같이 포옹을 하주 해주었다. 준범이는 그만그만, 라며 인상을 썼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아줌마의 가슴에 얼굴이 닿는 것이 좋았다.
아줌마가 해주는 볶음밥을 먹으러 가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은 누나 같은 아줌마를 보기 위해서였다. 아줌마는 준범이만큼 나를 귀여워했다. 우리는 가끔 백화점에도 같이 갔다. 아줌마는 나와 준범이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가서 거기 식당에서 맛있는 것도 사주었다. 먹고 나오면 중간에 아줌마가 있고 양손에 우리의 손을 한쪽씩 잡고 걸었다.
그때의 기분은 묘했다. 정말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아줌마의 손은 부드럽고 작은 아기 고양이 같았다. 같은 어른인데 우리 어머니의 손을 잡는 것과는 달랐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담임 선생님 손을 잡는 것과도 달랐다. 한 번 잡은 아줌마의 손을 놓기 싫었다. 준범이와 놀다가 집에 갈 때 나는, 한 번 안아 봐도 돼요? 그러자 아줌마는 나를 꼭, 아주 꼭 안아 주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줌마의 가슴이 느껴졌다. 좋은 향이 나를 감쌌고 나도 아줌마의 등을 꽉 안았다. 아줌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배웅했다.
여름이 되었다. 곧 여름방학이다. 아줌마는 덥다고 속옷 비슷한 짧은 옷을 입고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아줌마를 보는 게 기이하게도 좋았다. 아줌마는 다리도 길고 손가락도 길쭉길쭉했다. 준범이와 아줌마와 나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맛있게 볶음밥을 먹었다. 준범이의 미술 이야기, 아줌마의 그림 이야기를 들었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아줌마는 길쭉길쭉한 손가락으로 나의 빈 접시에 볶음밥을 더 덜어 주었다. 아줌마가 만든 볶음밥은 정말 맛있었다. 준범이는 여름이 되면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잤다. 준범이가 잠들고 나자 아줌마는 나에게 귀를 파준다고 했다. 아줌마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아줌마는 귀를 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준범이의 어릴 때 이야기, 준범이가 아기였을 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귀를 후비는데 웃다가 기침이 나왔다. 아줌마는 나의 입을 닦아 주었다. 그 손길이 기묘했다. 술이라는 걸 마시지도 않았는데 어른들처럼 술에 취하는 것 같았다. 아줌마의 부드러운 그 손길이 닿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발기가 되었다. 자동적으로 무릎을 굽혔다. 아줌마는 내가 그렇다는 걸 아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엽네, 같은 말을 했다. 돌아 누우라고 했다. 반대편 귀를 파자고 했다. 돌아서 누우니 아줌마의 사타구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아줌마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사타구니가 눈앞에 그대로 눈앞에 있었다. 아줌마는 팬티를 입지 않고 반바지만 입었다. 아줌마는 나의 얼굴을 몸 쪽으로 더 당겼다. 한쪽 손으로 귓불을 잡고 한쪽 손으로 귀이개로 귀를 팠다. 나의 어머니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선명하고 싸늘한 따뜻한 햇살 같은 기운을 느꼈다. 나는 눈을 움직여 아줌마의 얼굴을 봤다. 밑에서 본 아줌마의 얼굴은 누구의 엄마처럼 보이지 않았다.
깨끗한 피부는 과거에 영원히 머문 아름다움이었다. 향이 났다. 어머니의 냄새가 아닌 여자의 냄새가 났다. 아줌마는 귀를 다 후빈 다음 등으로 손을 넣어서 등을 슬슬 문질러 주었다. 나는 아줌마의 사타구니 쪽으로 더 파고들었다. 맛있는 볶음밥의 냄새가 났다.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냄새, 나의 불안을 만져주는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