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2

소설

by 교관


2.


무엇인가 손가락으로 집어도 내가 집어 든 게 아닌 것처럼 보이고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눈에는 물 빠진 긴 손톱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정말 설명할 수 없는 건 손톱이 길게 빠져나오니 평범하지 않아 보였다.


그동안 나는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왔다.


단정, 정직, 한 길, 정리, 질서 같은 단어가 나와 어울리는 단어였다.


사람들이 붙여준 딱지 같은 것들.


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살아왔다.


약속을 어기거나 누구에게 해코지를 해 본 적이 없고 욕을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도 없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이 아주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단정한 용모에 맞게 손톱도 늘 청결했다.


그런 평범함에 나는 넌더리가 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길게 빠져나온 손톱을 보니 나의 평범함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흥분되었고 감정이 조금씩 세게 뛰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그러했다.


손가락을 오므려서 손톱을 한 군데 모아서 자세하게 보았다.


분명 손톱은 길게 자라났다.


균일하게 손톱을 갈아대는 연장으로 정리를 하지 않아서 끝부분이 미세하게 울퉁불퉁했다.


이 울퉁불퉁한 손톱의 한 달 뒤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손톱이 비규정적으로 자라나니 마치 초현실이야기 속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짧은 손톱이었을 때, 때가 끼면 더 지저분하게 보였고 그것을 씻어내기 전까지 늘 신경이 쓰였다.


손톱이 이렇게 길어지니 손톱 밑에 때가 좀 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길어진 손톱을 보고 있자니 자신감이 더 들었다.


어떤 사람과 싸움을 해도 할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영도 문제없을 것 같았고 술도 더 멋지게 마실 것 같았다.


긴 손톱의 손가락으로 맥주잔을 들어서 쳐다보았다.


맥주잔 안에서 맥주는 기포를 보글보글 올리며 기묘한 세계를 만들어냈지만 나는 그 맥주잔을 쥔 손가락 앞으로 길게 삐져나온 손톱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길게 나온 손톱은 이물감이 자아 들게 했지만 쳐다보고 있는 사이 내 자체가 손톱에 흡수될 것만 같은 풍족한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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