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9.
화재는 점점 거세져 불기둥은 미. 용. 학. 원 간판의 ‘학’에 옮겨 붙었습니다. 사람들은 불이 번지는 걸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불구경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순수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힐 때 호기심이라는 순수한 감정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것입니다.
불이 누군가의 삶을 망가트린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불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불속으로 집어던졌습니다.
전부 집어던졌습니다.
무엇이 불속으로 들어갔지요?
‘김 형’이 ‘안 형’을 보고 말했습니다.
보셨어요? 라며 나에게도 물었습니다.
저는 그저 잠자코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 있던 순경이 나를 잡으며 당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남은 돈을 전부 화재 속으로, 불속으로 던졌습니다. 아내의 시체를 팔고 남은 돈은 아내에게로 던졌습니다. 전부, 모두 있는 힘껏 던졌습니다.
순경은 나를 때릴 듯 한 자세와 눈으로 무엇을 던졌냐고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던지지 않았습니다.
더욱 무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순경은, 뭐라구요? 내가 봤던 말이오, 던지는 것을.
저는 순경에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돈을 던졌습니다.
돈이요.
‘김 형’과 ‘안 형’은 순경에게 1원짜리 동전 하나를 던졌다고 안심시켜 보냈습니다.
정말 돈을 던졌습니까, 모두? 두 사람이 나에게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탁탁 거리며 아내는 머리가 좀 덜 아픈 것 같았습니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군요.
그들은 나를 남겨두고 약속이 있다며 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두려웠습니다. 혼자로 고독하게 되는 게, 고독한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 말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