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수기 10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by 교관


10.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이 말이 듣기 싫었습니다. 아내도 떠났는데 그들도 나를 떠나려 합니다. 이 추운 겨울의 밤에 나를 홀로 버려두고 말입니다.


저는 그들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오늘 밤만 같이 있어 달라고 하며 따라올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여관비를 마련하려고 하니 잠시만 따라오라고 했습니다. ‘안 형’이 여관비는 자신이 대겠다고 했지만 저는 폐를 끼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그동안 펼쳤던 위트의 결과물을 거둬들이려고 했습니다. 받아야 할 돈을 받으러 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제때에 받지 못했던 돈을 받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 여자는 참 난해하고 또 난해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나를 개미 보듯 대하다가도 둘 만 있게 되면 새끼 고양이처럼 변해버립니다. 아내를 만나기 전 알고 있던 여자가 있었지만 결혼으로 가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 강당에서 그 여자를 안았을 때 피를 쏟으며 나를 야비한 인간으로 매몰차게 내몰고 강당을 뛰쳐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여자가 그곳으로 유도를 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후로 군에서 직속상관에게 끌려 매음굴에 갔을 때에도 저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부대에서 개 맞듯이 맞아야 했습니다.


저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에게 상처를 준 것은 대립을 하고 있던 북한의 병사가 아니라 직속상관이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상처는 몸 밖으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혈관을 타고 이곳으로 저곳으로 아주 불쾌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깊고 오래된 질환처럼 치유가 안 되는 그런 종류의 상처인 것입니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울, 1964년 겨울 수기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