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11.
그런 면으로 보면 아내 역시 난해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잘 웃었기 때문입니다.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보였습니다. 웃음으로 쾌락에 가까워지는 존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여자가 근원적으로 남자보다 탐욕에 가까운 것입니까. 남자들처럼 적당히 얼버무려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내를 만난 건 어쩌면 축복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런 축복을 저는 돈에 팔아 버렸습니다.
못 받은 돈을 받을 것입니다.
‘안 형’과 ‘김 형’에게 따뜻한 여관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아내의 시체를 팔아버린 돈이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받을 돈으로 말입니다.
간판의 마지막 글자 ‘원'을 맛있게 태워 먹으면서 불기둥은 날름 거렸습니다. 아내의 아픈 골치가 그것으로 수그러들었습니다. 그 모습에 잠시 희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역시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더 한 희열을 느꼈을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아닙니다. 폐를 끼쳐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잠깐만 절 따라와 주십시오.
그들은 내가 이 밤에 돈을 빌리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받아야 할 돈을 받으러 가는 것입니다.
그들은 빚 받으러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저를 말렸지만 저는 꼭 지금 받아야 했습니다. 어쩌면 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요. 마지막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남영동 어두운 골목을 돌고 나오는 골목의 모퉁이를 몇 개를 돌아 전등이 켜진 대문 앞에 섰습니다. 이 집에는 내가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벨을 누르니 누군가 나왔습니다.
주인아저씨를 뵙고 싶은데요. 주무신다고 했습니다. 그럼 주인아주머니를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인집 아주머니를 부르러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 형’이 나를 잡아 끌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