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오마주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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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안과 김.
그 양반, 역시 죽어버렸습니다.
예?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린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실이지요?
물론 그것이지요.
난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난 짐작도 못했습니다.
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요. 할 수 없지요. 난 짐작도 못했는데.
짐작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씨팔 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혼자 놓아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난 그 양반이 죽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니까요. 씨팔 것, 약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모양이군요.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그 뭔가가, 그러니까.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린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입니다.
하여튼.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