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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6

2장 1일째


36.

 일주일에 한두 번 출입을 해서 그런지 눈인사만 하던 오전 타임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남겼다며 말을 건넸다. 마동은 평소 짓지 않던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니 여름의 해가 너무 뜨겁고 눈이 아플 정도로 밝았다.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보니 미간이 있는 대로 좁혀지고 코가 힘껏 이마 쪽으로 올라갔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여름의 해는 신이 나서 빛과 열기를 뿜어댔다. 오전이지만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받은 아스콘은 가쁜 숨을 내쉬며 복사열을 대량 반사시켰다. 사람들은 이미 소용없는 부채질을 하며 출근길에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는 동삼동의 25층짜리 해상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회사는 큰 건물의 11개 층을 사용할 만큼 규모가 컸다. 사무실을 옮긴 지 2년 정도가 되었다. 이전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일을 했지만 회사는 일거리가 늘어나고 규모가 눈에 띄게 불어나면서 사무실을 이전하고 또 이전하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도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고 있었다. 정보가 새어나가면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정보라는 것은 고객들의 신상과 직결되는 만큼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사실, 하는 일이 이 정도로 규모가 거대해질 줄은 몰랐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는 사람들의 꿈을 리폼한다. 고객들의 꿈을 리모델링해서 다시 되팔아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처음 회사의 오너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기질을 발휘해서 사람들의 꿈을 팔아주거나 다시 만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점점 커지더니 정계에 있는 알려진 이름의 늙은 거물들이 고객이 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규모가 시나브로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기 이전에 저마다의 꿈이 하나씩 있었다. 혹은 두 개, 세 개의 다양한 꿈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그 꿈을 현실로 옮겨와 선택을 하는 문제에 돌입을 하면 그들은 꿈 앞에서 좌절을 하고 꿈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선택하게 되고 시간이 앞으로 흐를수록 안주하게 되어 버린다. 그 사이에서 꿈은 당연하게도 멀어지고 만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직업전선에서 미친 듯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고 믿게 되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오너가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구호 같은 말이다. 마동은 오너가 하는 이 말이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사치에가 한 대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카모메 식당은 꽤 좋은 영화였다. 마동은 카모메 식당을 여러 번 봤다. 늘 평화롭게만 보이는 핀란드. 그 동화 속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기쁨에 찬 모습으로 하루를 사는 것처럼 주인공들의 눈에는 비친다. 하지만 유유자적해 보이는 핀란드인들 역시 가슴 한구석에는 슬픔과 어두움을 잔뜩 지니고 있으며 겨우 마음을 잡아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단지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삶이란 사람의 인생을 어딘가로 매몰차게 내몰지만 모두가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 때문이다. 아름답고 영원할 것 같은 불꽃이 한순간에 타올라 정점의 끝에서 절정과 함께 무화되는 것처럼,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하나씩의 어둠을 지니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타오르기를 바라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조화로운 삶처럼 마동의 눈에는 보였다. 결국에 인간은 누구나 변하게 마련이다. 모두가 변이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끝으로 가면 혼자인 것이고 혼자서 선택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그 사이에서 고뇌하고 극복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인간이 유일하게 딱 한 번 해보는 것이 일생이라고 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싶어 했고 그 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시 팔기를 원하고 있었다.

 

 꿈을 훔쳐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자기를 버린 남자의 꿈을 파괴해 달리는 여자도 있었고 자신과 경쟁하는 회사에 패배하여 다른 일로 내 몰린 50대 남자가 상대방의 꿈을 빼내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꿈을 훔치는 일은 하지 못한다. 꿈에 접근하려면 당사자와 관계(신뢰와 계약)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꿈을 훔치는 일은 위법이다. 그런 일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꿈 세일링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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