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았다 3

소설

by 교관


3.


나는 왜 저걸 구입하려고 몇 달을 애달았을까. 손으로 프라모델 상자를 집어 들었다. 희미하게 예전에는 프라모델을 손에 들고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잘 알 수는 없지만 장난감에 적극성을 보이기는 싫어졌다.


그때 프라모델 코너로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들어왔다. 엄마가 표정 없이 하나의 장난감을 들고 이거?라고 물었다. 아이는 장난감을 보지도 않고 응,라고 했고 두 사람은 그대로 바구니에 장난감을 넣고 코너를 빠져나갔다.



괜찮아, 천천히 하게. 부장에게 내가 들은 말이었다. 부장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이번 서류작성을 빠듯하게 하느라 제대로 서류정리를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부장은 평소와 달리 서류 작성은 천천히 하라고 했다. 되는대로 해서 보고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이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에게서 적극적인 면모라는 것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바람이 사라진 것이 이유일 테다. 택배도 보통 일주일이 걸렸고, 증명사진도 나오는데 열흘이나 걸렸다. 심지어는 은행어플로 계좌이체를 해도 몇 시간 만에 이체가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화를 내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혹시 바람이 사라진 것을 아나?


응, 알고 있어.


어떻게 생각해?


글쎄, 바람이 사라졌다는 건 바다를 재우려고 그러는 것일까.


나는 가끔 집 앞의 등대를 찾아서 등대와 대화를 나누곤 했다. 4계절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년시절 등대를 줄곧 찾았다. 거기서 붉은 옷을 입은 등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늘 거기에 있었고, 그곳을 지켰다. 우리는 방파제 앞에서 해넘이를 지켜보았고 해가 얼굴을 내미는 모습도 가끔 보았다. 몇몇의 무리는 사진을 찍어댔지만 나는 그저 떠오르거나 지는 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목을 꺾어 등대를 올려다보았다.


어때? 아름답지?라고 등대가 말했다.


응.


저 앞을 잘 봐. 곧 산란하는 빛과 고요한 어둠이 한데 뒤 섞이는 광경을 보게 될 거야.


나는 등대의 말을 들으며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먼 곳의 바다는 잠자는 새끼고양이처럼 고요하기만 했고 바다의 바람은 선풍기의 미풍처럼 기분이 좋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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