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
버스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예의 습한 대기가 코 안으로 쑥 들어왔다. 다음 정류장에서 교복의 소녀는 소리 없이 버스에서 내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버스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한 3분 정도를 잠시 멈춰있었다.
왜 이렇게 길게 정차를 하는 것일까, 하며 의자에 파묻혀 있다가 등을 의자 등받이에서 떼고 목을 빼고서는 버스기사를 쳐다봤다. 버스기사는 선글라스 밑으로 눈빛을 감추고 있었지만 시선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사는 선글라스의 막을 통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버스기사의 바로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내가 버스기사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려는데 기사는 버스를 서서히 움직였다.
나는 다시 버스 의자에 등을 기댔다. 밖은 몹시도 어두웠다. 평소의 여름의 밤은 겨울의 밤만큼 컴컴하지 않은 것에 비한다면 밖은 정말 어두웠다. 밤이면 어둡지만 내가 살면서 질적으로 굉장히 어두운 밤은 군에서 밖에 접하지 못했다. 군대에서 야간 수색을 할 때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밤을 경험했다. 깊은 산속에서는 특히 그러했다. 눈앞의 손이 보이지 않는 어둠은 두려움이었다. 총을 파지 한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플래시 같은 인공 불빛이 어둠을 통과하지 못하는 그 숨 막히는 어둠을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다. 그런 어둠이 오늘 버스 밖에 가득했다.
나는 분명히 올해 안에 잘릴 거야.라는 생각이 작고 쪼글쪼글한 뇌를 수없이 찔러댔다. 회사에서 잘리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난 말수도 없고 기술도 없다. 그러고 보니 할 줄 아는 게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다. 운전면허증도 없다. 이제 면허증을 취득하려고 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라는 이유가 자꾸 붙었다. 그래, 잘리고 나면 먼저 면허증을 따는 거야.
그런데 버스가 매일 다니는 길로 가지 않았다. 왠지 아주 생소한 길로 가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에스 자형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나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이런 도로는 없다. 파리바게트도 권형철 산부인과도 롯데리아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없어서 빠른 길로 가려는 것일까. 나는 목을 빼어서 다시 버스기사를 쳐다봤다. 기사는 목적의식이 가득한 표정으로 열심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조급함 따위는 들지 않았다.
왜 그럴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