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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7. 2023

30. 사랑하게 되는 것

소설


 기타와 피아노가 붙었다. 피아노는 기타보다 훨씬 풍부한 음을 만들어내며 세상에 나와있는 어떤 음악도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쉬운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피아노가 있는 곳에 앉아야만 연주가 가능하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할 만큼 좋은 음을 만들어낸다. 어디든지 들고 다닐 수 있고 언제든지 연주가 가능하다. 기타 하나면 모든 이를 하나로 끌어 모을 수 있다. 기타 역시 표현 못할 음악은 없다.


 효상과 상후가 올 댓 재즈에 앉아서 서로의 가치가 높다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나와 기철이는 올리브를 바라보며 올리브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올리브는 마돈나 얼굴이 프린트되어 있는 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몸에 밀착되어서 그런지 올리브의 가슴은 더 커 보였고 돋보였다. 마돈나의 두 눈동자가 불룩하게 나왔다.     


 “근데 너 좋아하는 여중생의 방석은 훔쳤어?”라고 올리브가 기철이를 보고 말했다. 기철이는 맥주를 마시다가 놀라서 우리를 빤히 봤다. 상후는 효상과 함께 설전을 벌이다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큰 소리로 “너 그거 모르는 사람이 없어”라고 했다. 효상이가 기철이를 보고 “그렇게 어린 여자애를 좋아해서 어떡할래?”라고 말했다.


 “4살이면 그렇게 많이 차이 나는 것이 아니야. 내가 군대 갔다 오면 대학교에 입학했을 수도 있고, 내가 29살이면 걔는 25살이라구. 내가 65살이면 걔는 61살이야. 같이 늙어가는 거야.”     


 하지만 알지 못했다. 24살은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나이였고 30살은 우리 인생에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은 우주 저 먼 은하계의 일처럼 꿈같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가 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다는 것을.     


 그것을 알게 되는 나이는 언제쯤일까. 기철이는 어째서 저토록 어른스러워졌을까. 박정대의 시를 읽고, 이문열을 파고들고, 윌리엄 포크너에 빠져서일까. 매일 시를 적어서 그럴까.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혼자가 되는 게 싫어. 그것이 무섭도록 싫다고.” 기철이가 말했다.


 “그래서 그 여중생을 좋아하는 거냐”라고 상후가 물었다.


 “혼자가 되는 게 무섭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어. 하지만 반드시 한 번은 해야 하니까 더더욱 겁이 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게 뭐야?”라고 올리브가 말했다.


 “사랑하게 되는 것.”


 기철이가 말했다.




Madonna - Don't Cry For Me Argentina https://youtu.be/KD_1Z8iUDho

Mado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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