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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7. 2023

31. 효상이네 집

소설

   


 우리는 효상이 집에 놀러 가는 것이 좋았다. 우리는 늘 효상을 졸라서 효상이네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묻곤 했다. 하지만 효상은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는 것을 싫어했다. 효상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없어서 집에서 삼촌이 치다가 놔두고 간 전기기타와 앰프를 들고 놀다가 그것에 그만 심취해서 기타를 잘 치게 되었다. 효상은 각 학교의 밴드 연주에 참여하기도 했고 대학교 밴드에서도 연주를 해주고 돈을 받아왔다. 그러면 그날은 페리카나로 파티를 열었다.     


 효상의 집은 고물상을 했고 효상이 살고 있는 집은 고물상 안에 있는 큰 버스였다. 고물상 한편에 대형버스를 개조해서 그 안에서 살고 있었다. 효상의 방은 딱 운전석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처럼 보이는 곳에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거실도 있고 안방도 있고 효상의 방과 누나의 방이 다 따로 있었다. 단지 화장실만 야외에 있었다.     


 우리는 효상의 집에서 노는 것이 정말 좋았다. 야호였다. 이곳은 천국과 같았고 놀이동산이었다. 커튼을 걷으면 보이는 모든 것이 고물덩어리 밖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이 버스 잘하면 움직일걸.”


 “뭐?" 우리는 모두 효상을 쳐다보았다.


 “몰라, 아버지가 그랬어. 수리 잘해서 저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움직일 거라고. 나 어릴 때 버스에서 산다고 아이들이 많이 놀려서 밖에 나가질 않았어. 오로지 친구는 이 기타 밖에 없었거든.”


 징, 하며 앰프를 울렸다. 부모님이 바로 앞에서 일을 하니까 효상은 마음대로 집에서 놀 수만도 없었다. 주말에 부모님이 안 계시고 누나가 없으면 효상은 우리를 불렀고 우리는 버스 하우스에서 신나게 놀았다.     


 효상은 중학교 때에는 버스에서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두드려 맞았다. 그것이 두드려 맞는 이유에 속한다는 것이 속상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어쩌다 보니 우리와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하나씩의 어떤 응어리를 가슴에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자석이 되어 서로를 강하게 자기장처럼 끌어당겼다. 효상은 잉베이 맘스테인처럼 속주로 기타를 쳤다. 그 나이에 엄청났다. 하지만 효상이 연주하고 싶은 스타일은 따로 있었다.     


 “비틀스가 결성되기 훨씬 전에 런던을 기타 하나로 평정한 15세 소년이 등장했데. 이 소년은 어린 주제체 블루스 기타 연주로 당시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던 기타리스트들을 초토화시켜 버렸던 거야. 우리나라로 치면 김승옥이 문학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처럼 말이야.”


 “소년이 연주하는 블루스 기타는 단지 죽어라 연습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무엇이 있었어. 나중에는 슈퍼스타 비비킹과도 협연을 해. 하지만 아들의 추락사, 그렇게 원하던 친구의 아내도 얻었지만 이혼. 그렇지만 예술가들에게 평탄함만 지속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적 경지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그게 누군데?” 우리는 몽땅 궁금해서 효상에게 물었다.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 - Tears In Heaven https://youtu.be/JxPj3GAYYZ0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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