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라 6

소설

by 교관


6.


택시는 이차선 도로에서 레슬링 선수가 상대방을 들어 올리듯 힘겹게 몸을 돌려 왔던 길로 다시 갔다. 그는 도로의 가장자리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분명 있었다. 움직이는 그것들은 이렇게 어두운데도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은 소리도 났다.


그것들은 고양이 새끼들이었다. 네 마리가 있었다. 작았다. 손에 올리면 손바닥 안에 다 올라올 정도로 이제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 같았다. 아직 눈에 야광이 호리호리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의 새끼 고양이들이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어딘가로 가지도 않고 야옹 거리며 그곳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다. 앉아있거나 또는 일어서서 기우뚱 거리며 다른 새끼 고양이들에게 장난을 걸었다. 마치 새끼 고양이들은 세상의 일과는 무관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그곳에서 모여있는 것은 네 마리가 둘러싸고 있는 중간에 어미 고양이가 차에 치였는지 죽어있었다. 승섭이는 쪼그리고 앉았다.


아침이 되면 환경미화원이 와서 죽은 고양이 시체 같은 건 치울 것이다. 굳이 자신이 죽은 어미 고양이를 묻어주어야 할 의무 같은 건 없다. 죽은 동물을 묻으려면 저수지 입구까지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는데 족히 15분에서 20분은 걸릴 것이다. 거기까지 가서 또 나무와 나무 사이를 찾아야 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발로 밟아 무른 땅을 찾아서 파내는 데에도 시간이 또 걸린다.


어미 고양이를 묻은 다음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작업을 하기 위해 시간을 또 할애해야 한다. 분명 한 시간 반에서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간을 허비하고 집으로 가서 작업을 하고 나면 바로 아침이 올 것이다. 잠은 고사하고 술냄새를 풍기며 프레젠테이션을 할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는 그녀도 앉아 있을 것이다.


그때 야옹, 야옹 하는 새끼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승섭이는 고개를 숙여 새끼 고양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움직이는 인형 같았다. 슬며시 손을 내려 새끼 고양이들을 쓰다듬어 보았다. 감촉이 좋았다. 보들보들하고 연약한 느낌이 전해졌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니 동물과 접촉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도망가지 않고 그의 손길에 몸을 내맡겼다.


야옹. 야오옹.


미약하고 이렇게 작은 생명체가 이제 어미 없이 아파트 주위를 돌아다니며 기성세대의 고양이들과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 먹이는 인간들이 때때로 던져준다 하더라도 기존의 힘 있는 고양이들의 눈을 피해 먹이를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망가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간사회에서도 다를 바 없다. 돈과 권력으로 세련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걸 수 있는 건 오로지 목숨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야아 옹.


어쩐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살아남으려면, 내가 올라가려면 누군갈 끌어내려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배웠고 그래서 살아남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또 누군가를 밟아야 내가 올라갈 수 있다. 학교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친구를 밟았고 회사에서는 동료를 밟고 선배들을 밟았다. 그렇게 해서 밝은 미래가 겨우 보이는 것이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들어 올렸다. 아기 같은 얼굴로 그의 손바닥에서 새끼 고양이는 야아 옹, 야아 옹 거렸다. 삶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승섭이는 이런 생각에 사로 잡히는 것이 정말 술 때문인지 묻고 싶었다. 나머지 세 마리가 승섭이의 발밑으로 몰려들면서 야아 옹 야아 옹 거렸다.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지. 이렇게 어미도 잃고 무방비로 태어나면 어쩌란 말이냐. 승섭이는 한 손바닥에는 새끼 고양이를 올려놓고, 한 손으로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번갈아가며 쓰다듬어 주었다.

야아 옹. 야아 옹. 야아 아아 아옹. 야아 아아아 아옹.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그의 발밑에서 어미의 곁으로 가서 서럽게 울어댔다.


야아 아 아옹.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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