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라 7

소설

by 교관


7.


승섭이는 손바닥의 새끼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잠시 볼품없이 쭈그리고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서류가방에서 수건을 꺼냈다. 그는 자신의 팔뚝보다 큰 어미 고양이를 들어 올렸다. 몸이 아직 뜨끈 뜨근했다. 죽은 동물이 아직 뜨뜻하다는 게 뭔지 모르게 기이했다. 승섭이는 어미 고양이를 수건을 잘 감쌌다.

어미 고양이는 달리는 차동차에 어떤 식으로 치었는지 몸에 외상은 없었고,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개는 죽어도 눈을 감지 않는데 고양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약간 벌어진 입 사이로 앞니가 조금 보였다.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다 응고가 됐는지 흔적이 있었다.


승섭이는 수건으로 죽은 고양이를 잘 감싼 다음에 발로 새끼 고양이를 흩어지게 했다. 그것이 새끼 고양이들이 도움을 덜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을 익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동차 밑바닥으로 흩어진 새끼 고양이들에게. 너희들의 어미는 내가 잘 묻어주마.라고 조용히 읊조린 후 그 자리를 떠났다. 승섭이는 어미 고양이를 들고 저수지 쪽으로 걸어갔다. 빠르게 걸었다. 빨리 묻어주고 내려올 요량으로 그의 걸음걸이는 빨랐다.


괜히 술을 마셨어. 술은 마시지 말았어야 했어. 오늘만 지나고 마셔도 되는 거였는데.


승섭이는 수건에서 고양이가 빠져나가려고 해서 다시 죽은 고양이를 들춰 안았다. 애완견을 안듯이 죽은 고양이를 품에 꼭 안았다.

죽은 고양이를 안을 줄이야.


살면서 생각지 못한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라지만 고요한 새벽에 죽은 고양이를 안고 저수지 근처에 묻으러 가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란 사람이든, 고양이든 그리 유쾌한 일은 못 된다. 새벽은 너무 어두워서 죽은 고양이를 빨리 데려가려는 기운이 승섭이의 몸을 타고 올랐다.


고양이를 들쳐 안을 때 죽은 고양이의 뜬 눈과 마주쳤다. 죽은 고양이의 눈에는 광기에 서린 인간들을 원망하는 눈빛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승섭이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그는 죽은 고양이의 눈을 감기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자동차 한 대, 사람도 한 명 지나치지 않았다.


새벽마다 만취한 아저씨들은 오늘따라 왜 이리 조용한 걸까.


승섭이의 머릿속에는 죽은 고양이를 저수지 어디쯤으로 가서 얼마 큼의 땅을 파내고 묻어야 할지 계산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각도에서 재고 변수를 생각하고 이리저리 쑤셔보며 자신의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인간들은 운전을 하면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한다.


동물을 밟고 지나가는 느낌은 어떨까.


물수리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서 물고기를 낚아채듯 운전을 하는 인간들은 무슨 생각들로 가득 들어차 있는 걸까. 승섭이는 다시 고개를 숙여 죽은 고양이의 눈과 마주쳤다. 이번에는 고양이의 눈에 슬픔이 잔뜩 서려있었다. 인형 같은 새끼 고양이들을 놔두고 먼저 죽는 어미의 심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름없다. 어미는 어쩌면 새끼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차에 치이려는 찰나 어미가 대신 방어막을 펼쳤는지도 모른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어미 고양이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내가 오늘 마신 술에는 나쁜 기운이 잔뜩 들어있는 것이 분명해. 네 병이나 마셨는데 이렇게 멀쩡하잖아. 게다가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러 가는 내 모습을 좀 봐.


승섭이는 죽은 고양이와 어색하게 걷는 게 머쓱해서인지 죽은 고양이와 대화를 했다.


네 새끼들은 잘 버텨낼 거야. 그러니 이왕 죽은 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으라고.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 하잖아. 후에 내가 죽으면 그때 그곳을 네가 안내해 줬으면 좋겠어.


승섭이는 고양이와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저수지에 다다랐다. 비가 내린 후라 조깅코스를 벗어난 흙바닥은 질척거렸다. 그의 구두는 흙에 온통 더러워졌고 볼품없어졌다.


구두라고는 이거 달랑 하나인데. 입사할 때 하나 더 사놓자고 다짐했지만.


이제 후회해 봐야 구두는 이미 진흙 속에서 목욕을 한 후였다. 저수지 물이 보이는 나무가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고양이의 몸은 점점 식어갔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그렇게 승섭이는 생각했다. 이동을 하면서도 승섭이는 죽은 고양이의 눈을 보며 대화를 했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양이 나라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