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라 8

소설

by 교관


8.


가끔 내가 네 새끼들에게 저지방 우유와 물과 참치 통조림을 사서 먹여줄게. 참치 통조림은 나도 잘 못 먹는 음식이야. 아까 네 새끼들을 유심히 봐 뒀으니까. 그리고 아파트 주위에서 멀리 가진 못할 테니까 말이야. 나 말이지 고양이들을 쓰다듬어 보기는 난생처음이었어. 물론 죽은 고양이를 안아 본 것도 처음이고 말이야.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고양이는 음기의 동물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할까. 지금도 죽은 널 안고 있잖아.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넌 눈까지 뜨고 말이야.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네 눈 속에는 약간의 원망과 많은 슬픔이 엿보이긴 했는데 말이야. 겁도 나지 않고 나 자신을 생각하면 신기한 것 같아. 실은 말이지 사악한 동물은 인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동안은 몰랐는데 말이지. 너를 안고 이곳으로 올라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의도적인 사악함으로 가득한 인간은 그런 사악함의 클론을 또 만들어내지. 그리고 동료를 밟고 오르게 해. 그런 면에서 나도 사악한 인간에 속하는 그런 부류야. 너도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이 조금은 전해졌으면 좋겠구나.

승섭이는 죽은 고양이에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어딘가 어긋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장소에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그의 서류가방에는 다행히 도시락용으로 들고 다니는 자신만의 포크 숟가락이 있었다. 포크 숟가락을 꺼내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비가 또 떨어지기 시작했다.

술 때문이야.


그는 수건으로 고양이가 비에 젖지 않게 잘 감싸주고 얼굴 가까이 수건을 올렸다. 땅을 어느 정도 팠는지 양손으로 고양이를 재어보고 땅을 재 본 다음 땅을 조금 더 팠다. 비가 내려서 그의 옷과 머리는 다 젖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땅을 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은 고양이는 이곳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새끼 고양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라는 승섭이의 의미도 있었다. 아주 약간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말이다.


고양아 녹슨 기억도 이곳에 묻어, 죽은 고양이와 함께 냄새나는 나의 과거도 이곳에 묻자.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머리끝으로 흘러내린 빗물 때문에 눈을 찡그리고 그는 죽은 고양이를 흙구덩이에 넣었다. 수건을 벗겨내지 않았다. 고양이의 다리를 모아주고 벌어진 입 사이로 흘린 피를 수건의 끝으로 닦아 주었다. 마지막으로 뜨고 있던 눈을 감겨 주었다. 비로소 고양이는 죽은 고양이의 모습이 되었다. 비가 내려서 흙을 빨리 덮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승섭이는 죽은 고양이에게 새끼들은 잘 보살펴줄게.라고 한 마디 한 후 흙을 덮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신경과 근육을 흙으로 땅을 덮는데 쏟아부었다.


비가 와도 튼튼한 무덤을 만들어야지.


승섭이는 포크 숟가락으로 많이 파 내려갔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와 동물을 묻었다는 표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지나갈 것이다. 두 명, 세 명 때론 혼자서 이곳을 지나서 저곳으로 다닐 것이다.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분명 길고양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고양이들도 사람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지 않으냐. 네 새끼들은 분명 아름다운 털을 지니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는 흙을 다 덮은 다음 잠시 서서 그런 말을 던지고 저수지를 내려왔다.


다음날, 승섭이는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했다. 죽은 고양이를 묻으면서 주머니의 메모리를 잃어버렸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회사, 특히 무선 사업팀은 발칵 뒤집어졌다. 방대한 프로젝트를 자료 없이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타 부서로 강등됐고 대기에 들어갔다. 메모리를 잃어버리면서 그는 내부의 어떤 무엇인가도 같이 잃어버렸다. 시냅스가 하는 일을 손 놓은 것이다. 인간이 지니는 인격 중에 ‘기능’을 잃어버렸다. 생명은 붙어 있고 인간은 인간이지만 죽은 것처럼 사람들이 대하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승섭이는 호모 사케르가 된 것이다. 조직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기능’이 사라진 승섭이를 누구도 사람처럼 대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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