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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7. 2023

7일을 보낸 방 7

소설

     

          

7.


 일곱째 날.


 난 더 이상 그 방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 방엔 아직 다이얼 수화기가 있다.


 그 다이얼 수화기에 귀를 대고 그들이 기다리는 대상자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제 다이얼수화기를 쓰는 가정집은 이미 한 곳도 없을 것이다.


 다이얼 수화기라는 것은 소멸한 지 오래되었지만 이 방에는 그 소멸한 다이얼 수화기가 휴대폰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아침 6시에 그 다이얼 전화기에 대고 상대방의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뛰는걸, 더 이상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이 방에서 잠을 청한 지 5일째 되는 날의 아침에 아기의 엄마가 다이얼 수화기에 대고 울며 이야기를 듣는 것을 방 안의 사람들은 다 보았다.


 그리고 그 아기의 엄마는 내가 6일째 되는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하루만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기의 물품들과 엄마의 소지품을 챙겨서 이 방을 떠나버린 것이다.


 이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소수의 행복한 결말을 가지고 나가는 이들과 다수의 불행한 덩어리를 짊어지고 나가는 이들이 있는데, 아기의 엄마는 다수에 속했다.


 이 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길게는 몇 개월에서 짧게는 하루 정도 있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밤에 잠을 청하였다.


 그들은 인간이 생활을 하면서 초고속 현대문명 속에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방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개인 하나가 말살된다 해도 전혀 눈 깜짝하지 않는다.


 세계는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 들어차 있는 기이하고도 수수께끼 같은 웅덩이였다.


 스무 명 정도를 수용하는 이 방은 세상의 불행을 잔뜩 짊어진 사람들을 하나둘씩 모여들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밤새도록 내뱉는 절망의 숨 냄새는 방안 한가득 스며들게 하고서는 새롭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게감으로 위압감으로, 역기 120킬로그램의 무게로 짓눌렀다.


 방이 마치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숨을 쉬며 방안에 들어온 사람들의 기운을 조금씩 미세하게 빼내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사람들이 잠들어 숨을 뱉어낼 때마다 그것을 빨아먹었다.


 그 방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방이었다.


 기운을 앗아갔으며 무기력이라는 굴레를 매일 시간이 지날수록 팔과 다리에 하나씩 달아 놓는다.


 방에서 여러 날을 지낼수록 그들은 절망과 더불어 권태와 결락을 한꺼번에 등에 지고 방을 나서게 되었다.


 방은 거대한, 조용히 꿈틀거리는 소용돌이처럼 소리도 없이 사람들의 영혼의 조각을 들어내어서 소거해 버렸다.


 나는 그 방에서 7일째에 나왔지만 6일 동안 방의 무서운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그 방이 존재하고 있는 건물을 지나칠 때면 잠시 몸에 경련이 일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절망을 가득 안고서 잠을 청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모든 것이 가능한 지금 이때에도 말이다.


 그 방은 부자연스러운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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