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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0. 2023

41. 상후를 부러워한 효상

소설

  


 슈바빙에는 늘 슈바빙의 묘한 운치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벽에 걸린, 주인 누나가 그려놓은 초현실 그림들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계단을 내려 갈수록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냄새와 커피 향과 오래된 카펫이 슈바빙 주인 누나와 만나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분위기 속에는 우리들 속에 있는 마음을 겉으로 끄집어낼 수 있게 하는 어떤 힘도 있었다. 우리는 슈바빙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속에는 농담도 있고 진실도 있고 고민도 수두룩했다.     


 효상은 자신이 하는 기타 연주가 못마땅했다. 분명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자신이 원하는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효상은 상후를 늘 부러워했다. 상후는 3층짜리 집에 살며 피아노 레슨도 다니며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건 효상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효상은 고물상 한 편에 있는 개조한 버스에서 살고 있어서 마음껏 전기기타를 집에서 연습할 수 없었다. 늘 어딘가를 배회하면서 기타 연습을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볼 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연주를 했지만 효상은 어떤 무엇을 바라고 있었다.     


 그 고민으로 슈바빙의 바에 앉아서 아이들이 오기까지 우리 둘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슈바빙의 주인 누나가 와서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바흐는 닥치는 대로 음악을 만들었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곡이 있었겠지만 교회의 음악을 만들어야 했거든. 성가대도 가르쳐야 했고, 예배 악곡도 작곡해야 했지. 그러다 보니 궁정예배당의 관현악단의 악장이 되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작곡도 해야 했지. 바흐의 자식이 몇 명이었는지 알아?”


 주인 누나의 말에 효상과 나는 서로 얼굴만 멀뚱히 쳐다봤다.   

  

 “자그마치 스무 명이나 되었어. 스무 명을 먹여 살리려면 나 좋아라, 하며 원하는 음악만 작곡해서는 살 수가 없었던 거야. 닥치는 대로 작곡을 해야 그 많은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어. 그러기에 그 유명한 칸타타도 만들어냈고 말이야. 그 당시에 커피가 유행을 했지만 커피를 찬양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거라 누가 생각을 했겠어. 때로는 악한 상황이 그 사람을 천재로 만들기도 하는 거야. 아론 네빌이라는 가수가 있는 알아?”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아론 네빌 하고 린다 론스테드가 같이 부른 ‘돈 노 머치’라는 노래가 있어. 그 노래를 처음에 같이 불렀을 때, 린다 론스테드가 너무 놀랐던 거야. 아론 네빌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노래를 상상이상으로 잘 불러서 콧대 높은 린다 론스테드가 놀랐던 거야. 자신이 그동안 들어본 남자 가수 목소리 중에 제일 최고였던 거지. 아론 네빌의 목소리는 꼭 인간이 부르는 것 같지 않고 질 좋은 기계가 일정한 수준으로 뽑아내는 면처럼 나와.”     

 그리고 슈바빙 주인 누나는 우리에게 판을 걸어 린다 론스테드와 아론 네빌의 ‘돈 노 머치’를 들려주었다.      

 “꼭 모든 상황이 주어져야 분수령에 도달하는 건 아니야”라고 했다.


 효상과 나는 ‘돈 노 머치’에 빠져들어 갔다.




아론 네빌, 린다 론스테드의 돈 노 머치 https://youtu.be/MODa6wpbK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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