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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0. 2023

42. 알 수 없는 기철이 녀석

소설


 학교가 일찍 마친 날 대구분식에서 튀김, 순대, 오뎅을 이만큼 사들고 올 댓 재즈로 향했다. 올리브가 분식집 튀김이 먹고 싶다고 우리에게 돈을 주며 좀 사 오라고 했다. 그리고 개구리가 쓴 글이 신문사에 실리면서 약간의 돈을 받아서 튀김을 사는데 보탰다. 이렇게 많은 양의 분식을 사 본 적이 없었는데 양손에 이렇게 들고 보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올 댓 재즈는 아직 오픈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우리는 우르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만의 지정석이 있어서 늘 거기에 앉았다. 우리가 가는 곳은 정해져 있고 그곳에는 우리의 지정석이 꼭 있었다. 올 댓 재즈의 지정석은 창가도 아니고 음악이 잘 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주방과 화장실에서 제일 가까운 곳의 테이블이다.     


 왜냐하면 단속이 뜨면 주방으로 후다닥 숨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테이블에 튀김과 순대를 깔아놓으니 자리가 모자랐다. 그만큼 많이 샀다. 올리브가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생각 밖으로 많은 튀김이니 올리브가 주방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올리브는 앉아서 맛있게 먹으면서 이런 맛은 어떻게 내는 것일까를 우리에게 계속 물었다.     


 기철이가 늦게 도착했다. 기철이는 개구리에게 신문에 난 글을 봤다며 축하한다고 했다. 개구리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쑥스러울 때 나타나는 현상이고 개구리는 자주 쑥스러움을 탄다. 나는 기철이가 무엇을 하다가 늦게 왔는지 알고 있다. 기철이는 좋아하는 여중생을 만나고 오는 길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덴푸라가 역시 맛있어.” 상후가 기쁨이 충만한 얼굴을 했다.


 “덴푸라가 원래 라틴어였는 거 알아?” 기철이가 말했다. 개구리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어째서 그런지 물었다.


 기철이는 튀김을 한 입 물고는 “우리가 싫어하는 이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나가사키 항구로 세계 각 지역의 문물을 들였거든. 그때 조총도 들였고 말이야. 당시 기름에 튀긴 ‘템포라’라는 음식이 이거였어. ‘템포라’라는 발음이 일본인들 식으로 쉽게 발음하게 된 게 ‘덴푸라’가 된 거야.”


 개구리가 묘한 눈빛으로 기철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개구리를 득재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봤다.   

  

 “이거 말이야, 이거. 이 다꽝, 단무지 이거. 다꽝이 사람 이름이었던 거 알아?” 기철이의 말에 모두가 기철이를 쳐다봤다. 기철이는 불은 쫄면을 후룩 먹고는 단무지를 야무지게 씹어 먹었다.


 “이거 단무지가 아주 오래전 일본에 기근으로 사람들이 막 밥에 소금 뿌려 먹고 했을 때 어떤 승려가 무를 절여서 먹게 했는데 그게 다꽝이었거든.”


 “그럼 그 승려 이름이 다꽝이야?” 상후가 물었다.


 “응"라는 기철이의 말에 모두가 웃음이 자연적으로 튀어나왔다.


 “한문으로는 탁광이었는데 일본 발음으로 다꽝이 된 거야. 어쩐지 단무지보다는 다꽝이 더 말하기 좋은데 말이지. 스렙빠나 스시, 오뎅처럼 말이야.”


 “오뎅은?” 득재가 오뎅을 들고 물었다. 기철이가 쫄면을 한 입 후룩 또 넣고 어렵게 면을 끊은 다음 “몰라 자식아”라고 했다. 기철이는 쫄면을 입안에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어묵은 일본에서 카마보코야, 카마보코에 대해서 찾아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야.”   

  

 “기철이 너 이 자식 정체가 뭐야?”라고 효상이 물었다. 아이들이 웃었다.


 기철이 녀석은 분명 쫄면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유래라든가, 이름이 왜 쫄면인가, 쫄면이 탄생된 배경이라든가 어째서 이렇게 질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기철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먹는 것에 열중했다.   

  

 기철이는 늘 우리와 함께 있었지만 어딘가에서 새로운 책을 늘 읽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쫄면을 흡입하고 튀김을 씹어 먹고 음악 감상실 뉴욕 팝스로 갔다. 그날은 섹스 피스톨즈의 뮤직비디오를 두 시간 특집으로 틀어주며 디제이가 설명을 해준다고 했다. 기철이는 꼭 쟈니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펑크가 좋았다.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어떤 응어리를 대신 풀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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