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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59

2장 1일째


59.

 마동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건축 학부였지만 교양과목에 구멍이 나면 장학금을 놓치게 된다. 대학교 때 마동의 생활은 혼자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짊어지고 있었다. 미래의 생활과 취업을 생각해서 건축전공을 택했지만 현실은 마동과 거리가 먼 분야였다. 마동은 건축역사나 건축 디자인에는 관심이 많았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양식을 좋아했고 안도 다다오의 실내 양식을 사랑했다. 아르누보에 빠져서 관련된 서적을 보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세계의 건축물과 그 역사를 공부하는 건 좋았지만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머리를 두드려 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가 되었다. 아스콘 양의 체크나 단면도에서 벽면을 채우는 마감재나 시멘트의 배분을 계산하거나 구조역학 따위는 마동에게는 멀리 있는 오로라와 같은 것이었다. 가까이 가려해도 도저히 갈 수 없는 세계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설계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여버리게 되었다. 현실에 부적합한 인간이었다. 마치 고흐처럼. 덕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대학교에서 전공과목으로 못 채운 점수는 교양과목에서 채워야만 했다. 교양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건 들을만했기 때문이다. 고전문학분야도 마동에게는 흥미로운 수업이었다. 작가들은 요즘 시대에 비해서 열약한 환경이었지만 꽤 고통스럽게 글을 썼고 러시아의 작가들 중 부호들이 많았음에도 황폐한 곳으로 일부러 찾아가서 몸을 망가뜨려 가면서 글을 썼다. 조지 오웰 역시 그러했다. 마동은 그렇게 써낸 고전문학의 활자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상상에 흠뻑 빠져들었다. 조지 오웰의 글은 마음에 들었다. 동물농장도 그렇고 1984도 우울하고 암울하기 짝이 없는 글들이지만 읽고 나면 마동은 마치 그 세계 저편에 있다가 온 것 같았다. 장학금을 타내기 위한 방편도 있었지만 고전작가들에게 경외심을 가졌고 그들의 글을 차곡차곡 읽었다.


 “윈스턴은 그런 생활에 불만을 가졌죠”라고 마동은 말했다. 왼손으로 볼펜을 만지작거리던 의사는 오른손으로 볼펜을 옮겼다.


 “지금 세계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어요. 그건 사상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개개인의 육체적, 정신적인 영역에도 변이나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지도자는 언론과 금융을 장악하여 발악하고 있고 항체가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는 나날이 늘어가거나 탄생되고 부활합니다. 다시 결핵이 사람들의 곁으로 왔어요. 의사들도 이제 감기를 낫게 하는 의술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감기라는 게 본디 낫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세력을 넓혀가면서 더욱 강력해지죠. 꼭 무기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개개인의 방법으로 변해가는 세계와 변이 되는 자신의 몸에 항체를 키워야 하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변해버린 세계에 그대로 흡수되어 버리고 몰아요. 조화가 깨지는 겁니다.”


 마동은 끄덕였지만 의사의 정확한 이야기의 요점을 찾지 못했다.


 “감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마동은 의사의 눈빛에 대응하는 눈빛을 보냈다.


 “감기의 증상은 아주 많아졌어요. 단순한 감기로 인해서 사망을 하는 경우도 있고,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만큼 스쳐가는 바이러스이기도 하고 말이죠. 어떤 식으로든 다양해진 접합체로 인플루엔자는 인간의 세계에 침투하게 됩니다.”


 마동은 의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고마동 씨, 증상은 감기일 수도 있고 독감 같은 다른 바이러스일 수도 있으니 약을 먹고 지켜봅시다. 외국에서는 감기에 약을 처방하지 않아요. 주로 비타민을 처방하거나 비타민을 많이 먹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동 씨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독감을 사람들은 흔히 감기라고 하지만 독감은 감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게다가 겨울이 아니라 여름에 찾아오는 독감은 아주 무섭죠. 독감은 사람을 변이 시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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