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pr 2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72

3장 당일

72.

 30년 전 시청의 도시개발과 과장 직책의 한 공무원이 프랑스 네스 강의 기적을 배워야 한다며 시청의 높은 사람들에게 이 도시를 가르는 부리수터 강의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렸다. 하지만 그 공무원의 보고서는 윗선에 닿지 못하고 누락되었다. 그 공무원은 시장에게 아무리 보고서를 올려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시장과 그의 조력자들은 대선의 밑거름을 닦기 위해서 이 도시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눈에 띄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과장이 만든 보고서는 시장에게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서 그대로 폐기 처분될 뿐이었다. 과장은 다시 보고서를 작성했다. 부리수터 강의 물고기와 강변을 끼고 있는 수풀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 생태계를 돌보지 않으면 나타나는 결과는 무서울 거라는 분석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중앙정부에 직접 올렸다.


 그 공무원의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 시청의 높은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그는 소리 소문 없이 시청에서 퇴사를 맞이했다. 쫓겨난 과장직의 공무원은 보고서를 패널 형식과 종이로 활자화시킨 문서로 만들어서 시청의 입구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30년이 지나면 부리수터 강은 심각하게 오염이 되어서 약물 방식으로 강물을 희석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강에는 물고기들의 기형이 판을 칠 것이다, 물고기들은 혐오스럽게 생겼음은 말할 것도 없고 낚시를 통해 부리수터 강의 물고기를 잡아서 먹은 사람들은 해결방안이 없는 바이러스를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걱정이다, 자식을 낳으면 그 질병은 고스란히 아이에게도 유전이 될 것이고 이 모든 것이 너무 이 도시를 경제적인 부분만 보고 발전을 시키는 결과이니 시민들이 나서서 부리수터 강의 오염을 더 이상 지속하게 두면 안 된다, 현재 도시의 경제상태의 발전만을 위해서 각 구에 지어진 모든 건물, 주상복합건물과 가정주택을 비롯한 건물의 하수구가 오수, 오수의 분리가 되지 않고 하나의 배수로로 따라 흐른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배설물과 더러운 찌꺼기까지 모두 하나의 하수배관을 타고 부리수터 강으로 흐르게 되니 큰일이 일어난다, 30년 후에는 돌이킬 없는 강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부리수터 강의 물고기들, 그 물고기들이 제대로 순환할 수 있게 터전의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 들꽃들은 지속적으로 피어날 수 있게 해야 하며 무분별하게 강변의 대지를 파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변의 하구부터 상위까지의 강변대로를 만드는 개발에만 집중하는 큰 프로젝트를 통하여 모든 대지를 파헤치게 되면 들꽃이 사라지고 결국 나비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도 이곳을 떠나게 된다.


 쫓겨난 공무원은 이러한 보고서를 시청 앞에서 일반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일인시위를 했다. 그는 또 시청 앞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각 구청의 앞과 현대백화점 앞, 만남의 광장을 비롯하여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시위를 했다. 남자는 먼 훗날 암울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강이 되어 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했고 신념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시청의 환경과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자신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시청에서 쫓겨나고 벌이도 없이 집에서 보고서만 준비해서 그것을 알리는데 모든 시간을 소비했다. 결국 참을 수 없었던 아내와 어린 아들은 그를 버리고 도망가 버리고, 남자 역시 어느 날 조용히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그의 일인시위는 보이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은 한 남자가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한 것조차 알지 못했다.


 시청이나 구청 앞의 상가 사람들은 늘 보이던 시위자가 보이지 않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남자가 나타나지 않은 지 24시간 후에는 남자의 존재를 실제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이 도시의 개발에 꾸준하게 투자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지원 형식이 아니라 이 도시의 늘어난 사람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여 도시의 조경 사업을 펼치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발전해가는 도시를 떠나지 못했고 그것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다. 빠른 발전의 결과, 강물은 오염되어서 수많은 어종이 강을 떠났고 제비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꿀벌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강변 숲에 살던 너구리들은 터전을 잃어버렸다. 시청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과 문화라는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7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