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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8. 2024

잠을 먹는 여자 3

단편 소설


3.


형님, 이거 왜 맛있죠? 빙어 튀김 저 몇 번 먹어봤는데 튀김 가루 맛 밖에 사실 못 느꼈는데 이건 빙어 맛이 납니다. 혹시 이거 먹고 우리 뭔가 잘못되는 거 아닐까요?


어떤 잘못?


빙어튀김에 약을 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우리 몸에서 우글우글 바이러스가 태어나는 거죠. 우리는 더 씽에서처럼 몸이 쩍쩍 달라붙는 숙주가 되어서.


우리는 맥주 두 병을 벌써 다 비우고 소주를 주문했다. 준민이는 벌써 눈동자가 풀렸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폰으로 준민이의 망가진 얼굴을 담았다. 곧 닭백숙이 들어왔다. 닭백숙은 집에서도 해 먹는데 가든에서 삶은 닭백숙은 왜 이렇게 맛있냐고 준민이는 말했다. 우리는 맥주와 빙어튀김으로 배가 어느 정도 찼지만 닭백숙과 소주 두 병을 비웠고 닭죽까지 깔끔하고 맛있게 먹었다. 잠이 쏟아졌는데 맑고 차가운 밤공기를 맡으며 30분 정도 걸어서 오느라 잠이 달아났다.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 샤워를 했다. 낯선 곳에서 하는 샤워는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정확하게 그게 뭐냐고 물어도 대답은 잘 못하겠다. 언제나 정확함은 뭉개진다. 샤워를 끝내고 방에서 몸을 말리고 있는데 준민이가 문을 두드렸다.


커피 한 잔 하시고 주무세요.


커피? 그래, 알겠어.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준민이는 자기 방으로 건너오라고 했다. 나는 몸을 다 닦고 간다고 했다. 준민이 방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하니 방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뭐지? 귀를 대어 보니 준민이 목소리가 맞다. 또 한 사람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방레지가 있었다. 이 시간에 다방에서? 하지만 시간은 아직 10시가 되지 않았다. 준민이가 커피를 배달시켰다. 방에 다방 전단지가 붙어 있고 밤 10시 30분까지 배달된다고 쓰여 있었다.


레지는 자신을 [나 양]이라고 소개를 했다.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보자기로 들고 온 커피포트와 컵으로 세팅을 했다. 준민이는 설탕을 두 개 넣어 달라고 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여관방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준민이 방은 나의 방보다 조금 큰 방으로 침대 옆에 테이블이 있고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도 있었다. [나 양]이라 불리는 그녀는 테이블 위에 세팅을 했다. 커피 향이 여관방 안에 감돌았다. 좋은 향이었다. 다방 커피만의 향이 있었다. 그녀는 레지 일을 오래 했다고 했다. 오래 했다는 말이 얼마나 오래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런 쪽에서는 고작 몇 년 일해도 오래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특이한 점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앞니가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그래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말로는 수술이 안 된다고 했다. 10대 시절, 20대 초반까지 앞니가 앞으로 튀어나와서 수술을 받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성형외과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21세기에 성형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니.


그녀는 화술이 좋았다. 목소리가 신뢰감이 가는 특이한 목소리였다. 약간 굵은데 청명했다. 음색이 아주 좋았다. 오래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였다. 준민이의 카메라를 보고 사진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준민이는 대답을 하다가 한 동안 조용하기에 보니 꾸벅꾸벅 졸다가 그대로 옆의 침대에 드러누웠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는데 가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는 준민이가 티겟을 끊었다며 아침에 돌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준민이 녀석이 그랬다니. 그럼 편하게 쉬라고 하고 나는 나가려고 했다.


준민 씨에게 들었는데 소설을 쓰신다면서요.


네, 출판사에 쓴 글을 보내고 있는데 인기는 별로 없어요.


저,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시기 않을래요?


무슨?


일단 맥주를 좀 들고 올게요. 괜찮을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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