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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5. 2024

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9

239


239.


 “그것이 무엇이죠?”


 “글쎄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알지 못합니다. 마동 씨는 어쩌면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라며 의사는 미소를 보였다. 기이한 미소였다.


 “블라디미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다고 합니다. 전기를 이용했다고도 하고 말이죠. 이 부분은 명확하게 문서화되어 있는 게 없지만 아마 그럴 거라고 봅니다. 요컨대 작은 촌락 마을의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집들의 전기 문제를 해결해 준다거나 또 어떤 한 아이의 말로는 블라디미르는 종종 앉아서 동물들과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동물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는군요. 그래서 아이와 동물이 좀 더 친숙해졌다고 말이죠. 이 대목은 정말 동물들과 이야기를 했다는 것보다 마음을 열어서 동물에게 접근하는 식으로 해석을 하면 될 것 같군요. 아이들의 인터뷰를 옮겨 놓은 전문에 그렇게 나와 있었습니다.”


 “블라디미르가 촌락을 위주로 다닌 것은 도시의 사람들은 블라디미르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면 두려워하며 가까이 다가가기를 꺼립니다. ‘혹시’가 그 ‘능력’이라는 것으로 나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런 공포는 꽤 큽니다. 하지만 촌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순수하여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죠.”


 의사는 잠시 마동의 동공을 다시 한번 밀도 있게 들여다보았다. 마동은 눈동자가 사라져 버린 블라디미르를 생각했다. 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물기 축축한 모습의 피부로 어딘가에 머무르지 못하고 숨어서 살아가야 하는 삶. 그 삶은 고달픔일 것이다.


 블라디미르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3년을 다녔을까.


 “그런데 왓킨스와 블라디미르 그리고 대부분의 뇌기능이 발달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동은 정신이 번쩍 뜨이는 눈빛으로 의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의사의 눈은 어쩐지 점점 깊이가 명확하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는 눈동자였다.


 “어린 시절의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서 공간감의 상실을 한 번 경험해 봤다는 겁니다. 현 생활에 방해가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입대까지 가능했으니까요. 어떻든 그들은 모두에게 그런 보고가 있습니다. 왓킨스 사건 이후 미국은 왓킨스와 비슷한 예를 보이는 이들을 찾아서 세계 각국과 교섭을 했고 블라디미르에게 꽤 다가갔었죠. 그들의 연구는 미래의 미국을 건설하는데 섬뜩하게 도움이 되니까 말이죠.”


 “블라디미르는 어떤 모습의 시체로 발견되었죠?”라고 마동은 물었다.


 “수분이 다 빠져나간 모습이었죠. 낙엽처럼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게츠비가 죽었을 때처럼 말이죠. 블라디미르의 행적을 쫓는 미군을 따라서 사활을 걸었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애덤스 엔덜러라는 신문기자가 있었습니다. 블라디미르에 관한 칼럼을 신문에 기고를 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죠. 블라디미르의 일은 신문을 보는 미국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퍼져나가 세상의 사람들이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의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가 고도화시대이긴 해도 지금처럼 초고도화시대가 아니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깝죠.


 미국은 이 칼럼을 러시아에 의한 모함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다시 두 나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저널리스트 애덤스의 칼럼이 세상에 발표되고 좀 지나자 그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러시아는 애덤스가 앤덜러가 사라진 미국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겉으로는 자유국가라고 부르짖지만 속으로는 흉물스럽다며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들에게 포고를 했죠. 자본주의의 병폐를 알렸고 재난자본주의는 인간의 생명보다는 자본을 더 우선시하는 무서운 나라와의 협약을 끊으라고 했습니다. 블라디미르는 수명이 다해서 죽어 버린 사람 같다고 애덤스의 칼럼에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레 생명이 다해 눈을 감은 모습이었고 그의 내부 장기는 노인의 장기처럼 세포가 생명이 다 되어 있었다고 말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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