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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렇게 심하게 풍기는 누린내는 뭘까. 어째서 이런 냄새가 빌딩 속에 버젓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지. 누가 살아있는 고기를 빌딩 안에서 태우는 것일까. 아아, 이건 마치…….
경비가 행방을 알 수 없는 불운한 누린내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30층에 도달하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끼이이익하는 기계의 마찰음이 한 차례 나더니 엘리베이터는 닿아야 할 곳을 향해 있는 힘을 다 해 보지만 닿지 못하고 힘겹게 멈춰 섰다. 경비는 몹시 당황했다. 처음 겪는 일이다. 엘리베이터 안은 누린내로 진동을 했고 에어컨디셔너가 나오지 않아 경비의 목덜미로 땀이 흘러내렸다. 엘리베이터는 올라가다가 27층과 26층 사이에 어중간하게 멈춰서 버렸다. 경비가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굳건하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비는 기계에 비교적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지만 긴박한 상황에 당황하여 머릿속 지식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경비는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 들어찬 누린내로 인해서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눈앞이 흐려졌다. 경비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땀이 불필요하게 많이 흘러내렸다. 에어컨디셔너는 기잉하며 소리를 냈지만 바람은 나오지 않았고 기잉 하는 소리가 엘리베이터 천장의 에어컨 구멍에서 날 때마다 누린내가 퍼져 들어왔다. 상황이 가져온 두려움에 경비는 한 손으로 흐르는 땀을 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상대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두려움은 더욱 컸다. 엘리베이터 안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외부에 있는 사설경비업체에 비상연락망이 전송이 된다. 하지만 경비는 그 버튼을 누르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왠지 자신이 그동안 나태하게 경비업무를 한 탓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흐르는 땀의 양만 많아졌다.
오늘 이후의 문책이 경비는 더욱 두려웠다. 땀의 굵은 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개울물처럼 흘러내렸다. 뺨으로 흘러내린 땀방울이 밑으로 내려가야 했지만 땀방울이 뺨에 붙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고 뺨에 손을 갖다 대 보니 끈적끈적한 액체가 만져졌다.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액체는 손에 묻자마자 누린내가 역겹게 경비의 코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경비는 헛구역질을 했다. 경비는 액체가 떨어진 엘리베이터의 천장으로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았다. 경비의 목덜미가 몇 겹으로 접쳤다. 경비의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우글거리는 괄태충들의 모습이었다. 괄태충은 엘리베이터 천장을 꾸물거리며 기어 다녔다.
그 모습은 지구상에서, 도심지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코감기가 심하게 걸린 어린아이가 코를 흘리듯 괄태충들은 바닥으로 끈적끈적한 액체를 뚝 뚝 떨어뜨리며 엘리베이터의 천장과 전선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괄태충들은 엘리베이터를 지탱하는 도르래와 철제구조물로 이루어진 줄에 엄청나게 붙어있었다. 경비의 얼굴은 땀과 괄태충의 몸에서 떨어진 점액질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었다. 누린내는 경비의 숨을 거칠게 내쉬게 만들었고 구토를 유발했다. 괄태충이 우글대는 천장에서 큰소리의 전기스파크가 일었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는 밑으로 쿠르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2초가 흐른 뒤 엘리베이터는 안전장치가 작동을 했다. 엘리베이터 바닥의 안전장치가 펴지면서 엘리베이터는 하강하기를 거부하고 멈추었다.
공포 속에서 경비는 한숨을 삼켰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서 수십 마리의 괄태충의 몸이 엘리베이터의 도르래와 줄에 끼여 터졌다. 괄태충들의 몸이 터지면서 피가 섞인 비린내가 역하게 풍겼다. 누린내가 엄청났고 경비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크게 뛰었다. 괄태충은 어린아이의 허벅지만 한 크기로 변해 있었다. 크고 암울한 괄태충들은 엘리베이터의 천장과 벽면, 바닥 그리고 엘리베이터 외부에 촘촘히 붙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바닥에서 펼쳐져 엘리베이터를 멈추게 했던 안전장치도 부식이 빠르게 되었다. 경비의 심장이 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쿠르르르릉.
50톤 트럭이 굉장한 속력으로 돌진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엘리베이터는 거친 소리를 내며 다시 밑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경비는 몸이 따가웠고 누린내 때문에 구토를 하면서 비상벨을 눌렀고 동시에 엘리베이터는 바닥으로 떨어져 납작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부딪치자 괄태충의 몸은 모두 터져버린 점액질에 의해 엘리베이터가 추락한 바닥은 지하세계를 연상케 했다. 누린내가 빌딩 안으로 크게 번져갔다. 인슈타워에 남아서 야근을 하던 사람들은 손으로 코를 막고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