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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2

332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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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장군이는 마동 속에 강하게 존재해 있는 어둠의 도트가 마동을 완전하게 잠식하지 못하고 마동과 타협을 통해 절충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마동은 그 도트에게 모든 것이 잠식당하고 자아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장군이는 여전히 미동 없이 비를 얼굴로 몽땅 받아내며 비가 쏟아지는 해무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더욱 세차게 쏟아졌다. 장군이의 검은 코가 거센 비에 의해 약간의 움직임이 보였다.


“당신은 제 속에 있는 어둠의 도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마동의 목소리가 조금 상기되었다.


장군이는 고개를 돌려 마동을 보았다. 개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개의 그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숙여 마동이 서 있는 바닥을 한참 바라보았다. 마동의 발밑에 시선을 몇 분 동안 무심하게 두고 있다가 처음처럼 해무저편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등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과 해안가와 송림공원에 설치해 둔 가로등 덕분에 여름밤의 새 찬 빗줄기가 선명하게 마동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어둠의 도트 역시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내가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트는 독보적인 힘과 거대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듯 아주 확실하다 그런 강한 분위기가 다가오는 저것에서 느껴지다 그리고 너의 마음속, 어둠의 도트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다 너무 어둡고 거대하고 강한 기운이다 저기 다가오는 저것이 너를, 네 속의 어둠의 도트를 잠식하려고 하다 그것이 느껴지다-


몇 번째 침묵인지 알 수 없었다. 침묵은 장군이와 마동이 각자의 생각 속으로 잠시 들어가게 만들어 주었다.


-너 자신이 만들어낸 또 다른 너의 도트가 독자적인 힘을 지니게 되고 그 힘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강하다 무척 강하다 그 도트가 힘이 커지고 세력이 확대되는 것이 다가오는 저들이 바라는 바다 저들은 뇌수독룡을 앞세워 너를 도트와 함께 몽땅 집어삼킬 거다 그리고는 넌 잠식당한 채 그들의 입장에 서게 되다 정부가 대단하다고는 하나 아직 너의 독보적인 도트의 힘을 감지해내지는 못하다 그래서 너의 감시를 끊었는지도 모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정부는 자네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다 네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파악했던지 아니면 너를 없애려 하는지 정부의 행동도 예측할 수는 없다 어느 쪽이든 간에 너는 선택을 해야 하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말이다 너의 마음속, 그 어둠의 도트가 멈춰있다는 것이다 도트의 확장이 어느 순간 멈춰 버린 거다-


도트의 확장이 멈춰버린 것처럼 장군이의 움직임도 시선도 정지화면처럼 멈춰버렸다. 돌같이 굳은 것처럼 보였다.


“당신은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이와 또 다른 형성변이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내과병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처방받은 주스를 마시고 있어요. 그 병원의 의사와 그곳의 간호사도 저에 대해서 무엇인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마신 그 주스가 어떤 성분의 주스인지 몰라도 그것을 마시고 나면 아픈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그 병원은 다시는 진료를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거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제 저는 그 주스를 다시는 마시지 못하겠죠. 혹시 그 의사가 당신입니까?”


장군이는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돌처럼 굳어진 채 땅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동이 바라보는 그레이트데인 장군이의 얼굴 옆선은 곡선이 아름답게 이어져 있었다. 곡선을 따라 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슈베르트의 피아노소나타가 흘렀다면 어울릴법한 광경이었다. 곡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군이는 얼굴을 돌려 마동을 바라보았다. 장군이의 눈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처럼 여러 가지 깊이가 혼재해 있었다. 그러더니 한 순간 그 깊이는 잴 수 없는 무한대의 우주로 바뀌었다. 바뀐 깊이에 빠져들어 버린다면 늪처럼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이 소멸되어 버릴 것처럼 무시무시한 깊이가 장군이의 눈동자에 도사리고 있었다.


-마음이다 너의 마음 깊은 곳에 누군가의 마음이 들어앉아서 너의 그 어두운 부분을 제어하고 이다 그렇게 느껴지다 네 혼자의 힘으로 그 도트의 확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업다 하지만 누군가 만지지도 안을 수도 없는 누군가의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이 너의 마음 깊은 곳에서 도트의 확장을 막고 이다 그래서 도트가 너의 마음을 완벽하게 잠식하지 못한 채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아직 머무르고 있다-


-너는 잘 몰랐겠지만 너의 그림자가 희미해졌다 몰랐나 너의 그림자는 아주 희미해져가고 있어 우리 같은 형성변이자는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그림자가 필요하다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 물체는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물이나 빛과 같은 물질만이 그림자를 거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물이나 빛처럼 살아갈 수는 업다-


마동은 가로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자신을 관통해서 흐르는 모습을 보았다. 가로등빛이 통과한 마동 뒷모습의 끝은 장군이와 사뭇 달랐다. 장군이에 비해 자신의 그림자는 아주 희미해져 있었다.


-어둠의 도트가 자네의 그림자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나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는 그림자가 거의 사라져 있을 줄 알아다 어둠의 도트는 그런 것이다 헌데 너는 다행히도 잠식당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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