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시 이고만 싶은 글귀

by 교관


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밤은 늘 낮보다 풍족하고 근사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를 준다.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프고 쥐가 나서 보니 이렇게, 몸을 이렇게 구긴 채 잠들어 있었다. 인간의 팔이 이렇게도 꺾일 수 있다니.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잠을 잘 수 있다니.


팔에 쥐가 나면 그 팔을 뚝 떼어서 탁탁 털어서 쥐를 떨어트리고 다시 끼이익 하며 끼워 넣고 싶다. 깊은 밤 나도 모르게 나는 나의 배를 가르고 기어 나와 내가 잠든 모습을 본다. 나는 나를 긍휼히 바라본다. 차가운 겨울의 밤에 방으로 악착같이 들어오기 위해 창으로 와서 부딪히는 비바람의 아픈 소리를 나는 내며 잠들어 있다. 흔들어 깨우고 싶은 심정이지만 꺾인 팔 때문에 힘들어하는 꼴을 그냥 보고 싶다.


나는 나를 내버려 두고 지붕에 올라 밤하늘을 보기 위해 얼굴을 들었다. 오늘 밤은 자줏빛 밤이다. 밤은 늘 김밥의 맛처럼 비슷하고 그녀의 목덜미처럼 아름답다. 내가 음악가였다면 이런 밤에 어울리지 않게 떠들썩한 야상곡 따위를 작곡했을지도 모른다. 밤으로 된 이불을 덮고 밤으로 된 아이스크림을 떼서 먹고 밤으로 올라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밀레를 좋아했던 고흐는 인간은 수고롭지만 손을 움직여 수확을 하는 밀레의 그림에 매혹되어서 감자 깎는 사람들과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렸다. 고흐의 그림은 꼭 밤이 지배한 것만 같다. 고갱과 불화 후 고흐는 귀를 자르고 나서야 밤의 소리를 듣고 자줏빛 찬란한 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밤의 지배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의 저편 밤하늘에 고흐는 시선을 두었다. 자줏빛 밤이 떨어지는 아를르 포룸 광장.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내가 보는 자줏빛 밤. 그곳은 팔이 꺾일 리 없는 밤이다. 별이 빛나는 밤이다.



36.jpg 별이 빛나는 밤에를 오마주해서 마우스로 그려본 추상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복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