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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5. 2024

그리운 날도 사라질 날도 38

소설


38.

 

 달그락달그락.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할아버지가 짐수레를 움직일 때마다 우유 통이 서로 닿아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처럼 내 윗니와 아랫니가 맞닿아서 나는 소리는 달그락달그락, 그것이었다. 건물의 문에 등을 기댔다. 그랬더니 문은 안으로 스르륵 열렸다. 건물의 문이 조금 열리자마자 건물 안의 온기가 밖으로 후욱 빠져나왔다. 나는 그 기운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안에 누가 있는지 먼저 알아볼 겨를도 없이 몸이 알아서 건물 안으로 나를 이끌었다. 몸은 정직했다. 건물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눈으로 확인했던 건물의 외관에서 느꼈던 크기라는 것에 비해 실내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달랐다. 내가 짐작하는 실내의 크기라는 것이 완벽히 쓸모없다는 것을 알았다. 실내는 5층 건물에 어울리는 크기만큼 크고 넓었다. 밖에서 봤던 건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실내였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마도 추위 때문에 내가 착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도 없냐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지른 소리는 건물 안에서 어디에도 가서 부딪히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내가 입으로 낸 소리는 실내에서 공명이 되어 울리기만 했다. 소리로서 제구실하지 못했다. 실내에 사람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실내는 어두웠고 바닥은 반질반질 잘 닦인 나무 바닥이었다.    

           

 건물은 천장까지 뻥 뚫려있어서 대형 실내 콘서트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장은 아주 높았고 건물을 빙 둘러싸고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수십 개 있었다. 건물 안에는 의자도 냉장고도 화분도 그 무엇도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누구 없습니까!”라고 겨우 있는 소리를 짜냈다. 건물 안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면 무형의 고스트가 소리를 홉하고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스트는 나를 내려다보고 ‘쉿, 이곳에서는 조용히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몸이 아직 얼어있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실내의 앞쪽으로 다가갈수록 따뜻한 기운이 더 강해졌다. 나는 따뜻한 난로가 있는 앞쪽으로 의도하지 않게 자꾸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기도 좋았다. 페로몬 같기도 했고 여자의 향수 같기도 했다. 가까이 갈수록 냄새는 향수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건, 여성의 목덜미에서 나는 향이다. 어쩌면 그날 자취방에서 맡았던 그녀의 살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순수한 여자의 살갗 냄새.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향이 존재하고 있었고 분명 나는 그 향을 맡았다.      

         

 실내는 정말 넓었다. 천천히 다가갔지만, 실내의 앞이 나에게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무슨 장치를 해 놓은 것일까. 밖에서 봤을 때의 건물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완벽하게 탈바꿈한 모습이었다. 실내는 어둠이 존재했고 어둠 속 밖의 햇살이 창을 통해 투과하는데 바닥까지 닿지는 못했다. 나는 좀 더 앞으로 다가갔다. 실내의 앞쪽에는 단이 놓여 있었고 단 위에는 단상이 있고 양초가 여러 개, 불을 밝히고 있었다. 실내에는 전혀 공기의 흐름이 없어 보였다. 촛불의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이곳은 성당 같은 곳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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