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드라마 같은 일이다. 국내는 내란 쿠데타 문제로 하루도 편하지 않은데, 그 같은 일을 소설로 엮어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왕족의 에스코트에 극진 예우를 받았다. 한강은 수상소감에서 “어두운 밤에도 우릴 잇는 건 언어”라고 했다.
한국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했지만 2016년인가?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출판 7위였다. 아무튼 무지하게 책을 읽고 있다.
단지 읽는 사람이 계속이 읽는 것이다. 그 힘은 SNS에 있었다. 2, 30대 직장 여성들이 월급을 타면 책을 구입해서 읽고 그걸 SNS에 올리면서 문학이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단한 힘을 가진다. 이번 집회에서도 20대가 압도적으로 나왔고, 그들의 외침은 평온하면서도 강했다는 것을, 세계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문예지나 계간지, 신문을 통해서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연재했다. 전쟁 중에도 책은 발간되었다.
티브이나 극장이 귀한 시절에는 사람들이 활자에 목을 맸다. 신문에 다음 회를 투고하던 소설가 황석영은 한 때 그 압박이 무서워 도망을 간 적도 있었다.
신문사가 발칵 뒤집어졌다. 황석영은 어딘가 다른 지역으로 가도 우편으로 다음 회를 신문사로 보내곤 했는데 어느 날은 그냥 사라진 것이다.
그 소설이 장길산이었는데 74년 7월부터 84년 7월까지 2,000회가 넘는 동안 매일 연재해야 했으니 황석영은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그때 신문사의 황석영 전담 기자가,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라며 황석영 소설가를 찾아 나선 사람이 지금의 대작가인 김훈이었다.
현재 아직도 손으로 모든 소설을 쓰는 작가는 김훈과 조정래 정도다. 황석영은 아직도 손으로 소설을 쓴다며 김훈 자씩 하며 너스레를 떨곤 했다.
어떻든 한국의 대작가들도 지면을 통해서 신작을 발표하고 연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2019년인가 2020년인가 50돌이 되는 문예지 ‘샘터’가 사라졌을 것이다.
올해 7월에는 월간지 문학사상이 신인문학상을 중단했다. 나도 단편 소설이 계간 풍자문학에 실리면서 2년 동안 소설을 연재했다. 근데 코로나시기에 그 오래된 계간지가 폐간되었다.
이런 안타까운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건 비판이 가득한 문학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끊어 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한강의 소식은 드라마 같은 일이다.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라고 했다.
그리하여 오늘도, 이런 힘든 시기에 구석진 곳에서 등을 구부리고 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사람들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임을 잊지 말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