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인들에게 밥과 같은 걸
시 이고만 싶은 글귀
박정대의 슬라브식 사랑에 빠져 들었고,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15초에 흠뻑 젖어들었고,
최승자의 매독 같은 가을에 심취했고,
김소연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에서 현실을 직시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에게 시는 밥과 같다.
밥을 먹지 않으면 인간은 죽는다.
밥은 생존에 밀착되어 있다.
시인에게 시는 새로운 생명이다.
시는 시인의 고통으로 태어난다.
앓고 앓은 고름을 짜내듯 시 한 줄이 세상에 나온다.
시인에게 시는 자식과도 같은 것.
그러나 시는 태어나는 순간 시인의 것이 아니라
시를 읽는 이의 것이 된다.
그것이 시인의 운명이다.
시인이 대단한 건 그런 운명을 받아들이고
오늘도 구석진 곳에서 등을 구부리고 앉아서
한 줄의 시를 잉태하느라 고통을 앓는다.
통증으로 태어난 시,
너는 나의 시다, 시.
우리 모두 시시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