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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2. 2020

폰으로 담은 바닷가 마을

사진 에세이

바짝 말라라


늘 나가는 바닷가의 맞은편에는 바다 마을이 있다. 개발의 붐을 타고 있기에 작은 마을도 조만간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듬뿍 찍어 놓기로 했다. 카메라를 꺼내 호기롭게 찍어야 하겠지만 폰으로 담았다. 아이폰 3 지에스. 왜 그런지 아이폰 3으로 사진을 담으면 늘 그렇듯 드라마틱하게 찍힌다.


마을의 이름이 있지만 그냥 바닷가 마을이라 부르자. 바닷가 마을 집들의 특징은 대문이 없다. 마을로 쓱 올라가는 순간 시간은 3, 40년은 후퇴한 것 같다. 그물을 손질하고 집으로 온 이장님은 매일 밤 소주를 한 잔씩 하고 모아 둔 빈병들이 꼭 병정들처럼 보인다.


겨울이 오기 전 마을의 골목에는 동네 꼬마들이 저녁 먹기 전에 딱지 치기를 하고 구슬을 굴릴 것 같지만 이제 골목에서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잘 볼 수 없다. 그래도 어슬렁 다니면 휴가 나온 첫째의 군복 반바지를 빨아서 널어둔 모습도 보이고 둘째 애의 양말도 잘 빨아 넣어둔 모습도 볼 수 있다.


개구쟁이 녀석들은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면 골목에 조용히 나와 골목에 불 켜진 화장실이 보이면 콩알탄을 투척하여 어른들을 놀라게 했고 바닷가로 달려 나가 폭죽을 터트렸다.


마을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멀리 나가 수확의 결실을 양생 하며 피곤을 잊어가고 따뜻한 늦봄의 햇살에 졸음에 겨워 그늘진 곳에서 꾸벅꾸벅 조는 어르신이 있고, 한 곳에서는 오징어를 잘 말려 팔리기를 기다린다. 그 틈을 타 어떻게 해 볼 요량으로 갈매기들이 주위를 방황한다. 서열에 밀린 갈매기들은 맞은편 횟집 지붕에 가득 모여 앉아서 꺼져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시간을 죽이며 모의 중이다.


바닷가 마을과 바다에도 어김없이 시간이 지나 저녁이 오고, 하루도 못내 아쉬운지 묵은 시간이 무거워 옷자락을 땅에 질질 끌며 이동을 한다. 강의 끝과 바다의 시작이 어딘가에서 서로 힘을 겨루듯 새로운 시간과 묵은 시간이 맞부딪히면서 섞인다. 바다는 해를 붙잡고 놓치기 싫어하고 밤과 낮, 아침과 새벽은 손등과 손바닥 같은 사이가 된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절대 만날 수는 없다.


바닷가 마을은 그렇게 모락모락 하루를 보내고 시간을 따라 나도, 우리도 서로가 모르는 새 조금씩 인생을 물로 채워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을 사진처럼 단순히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으로 나눌 수는 없다. 그 중간에는 그늘도 있고 양지도 있고 뿌연 부분도 있다.



없어질 마을의 모습
늘 버팀목 같았던
바닷가 마을 골목은 이제 점점 사라진다
처음에는 경계를 하지만
실은 사람이 그리웠던 것이다
겨울을 막 지난 봄날이었다
마당에는 봄꽃이 피지만 철거를 앞두고
어린이들 같았던 장독대
바닷바람을 그간 맞았던 마을


이장님 술 좀 그만 드세요
정겨운 풍경
대문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
삶의 수확
삶의 과정
갈매기 회의 장소
태양을 붙잡아두고 싶은 바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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