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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결착

시 이고만 싶은 글귀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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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바야흐로 색으로 물 든다.

여름은 물 드는 계절이다.

시원함으로 물 들고, 싱그러움으로 물 든다.

여름은 그렇게 결착된다.

여름은 다른 계절의 미움을 받는다.

온통 푸르고 열기가 가득하고 뜨겁고 활기에 찬 여름은 다른 계절의 질투를 부른다.

여름에는 여름만의 과일이 있다.

빨갛고, 녹음이 짙은. 씹으면 즙이 죽 나오는 복숭아와 자두 같은 여름의 과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올해 여름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

시간상으로 보면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

오전과 저녁에 출퇴근을 할 때 운전을 하면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본디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경향도 있다.

에어컨 바람은 기묘하지만 여름의 싱그러움을 퇴색시킨다.

푸석하게 만들고 코 안까지 바짝 마르게 해 버린다.

저녁에 조깅을 하고 나면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말도 안 되는 색감을 하늘은 보여준다.

요즘 여름 과일이 조금 덜 달았으면 좋겠다.

씹었을 때 약간 신맛이 탁 하고 입안으로 퍼졌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포도를 입 안에 넣고 껍질 째 오물오물 씹고 있으면,

껍질에서 나오는 즙을 느끼며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신다.

색으로 여름은 결착된다.


이설아 (Lee Seol Ah) -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아요 (Ocean View) https://youtu.be/KBErbmhDqrw?si=P58-bMIzO06aDg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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