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3월의 모든 처음이여!

by 그 중간 어디쯤

3월이다.

신규 입사자가 들어온 병원은 어수선하다.


의사생활 10년째인 나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동맥 채혈 (ABGA) 할 줄 아나 어디 보자'는 눈빛의 환자분과 보호자를 대할 때면 심장이 아주 작아지다 못해 쪼그라들었다.


ABGA는 손목에서 동맥 뛰는 것을 느끼고 그곳에 주삿바늘을 찔러야 하는, 손끝의 정교함이 필요한 작업인데


두세 달에 한번 집에 가는 것이 예사였던 그 시절, 적적함을 달래보고자 동기에게 배우기 시작한 기타의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익히는 동안 손끝이 저릿하게 무뎌져서 결국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기타 배우기를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투철한 직업정신은 개뿔

사실은 그만큼 환자와 보호자가 무서웠다.


자신의 몸을 맡기는 일이니 당연하게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신규 입사자에게 병원은 내편이 하나도 없는 차가운 곳이다.

2020년에도 여전히 신규직원은 입사했다.


회진 때 불만에 입이 툭 튀어나온 분들이 5명 늘었는데

모두 신규 물리 치료사가 못마땅하시단다.

어떤 분은 2주 동안 지켜보며 기회를 주겠다며 몸을 맡기고, 어떤 분은 신규 치료사 몰래 시간표 바꿔달라 요구하시고

어떤 분은 아예 신규 치료사에게 쌩~ 하게 대하면서 대놓고 싫은 티를 팍팍 내신다.

환자분의 그 마음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선 앳된 치료사가 짠하다.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야심 차게 출근했을 텐데.

이런 대접을 상상하며 입사한 건 아닐 텐데.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조금 서툰 것인데.


기죽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 와중에 한 중년 환자분께서 간호실습 나가는 딸이 생각나서 새내기 의료진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분 담당 신규 치료사는 표정이 제법 밝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 서툰 처음을 바라보는 아니꼬운 시선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은 결국 신입, 자신의 몫이다.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실전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거듭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니, 예약된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따스하게 격려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 더 힘낼 수 있지 않을까.



의대생

여자 인턴 선생

선생님

교수님


그리고 지금은 과장님


이제는 나도 처음에서 꽤 멀어졌다.


10년 전 일이라 그런지, 잊고 싶은 건지, 나의 처음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를 떠올렸기에, 오늘만큼은 '단 한 사람'의 너그러움을 가지고 살아내고 싶다.


주섬주섬 챙겨간 과자를 치료사 선생님들 몇 분께 그냥 건넨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일부러 더한다.

3월에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되어 병원에서 집으로 다시 출근하면

6년째 초보 엄마인 나에게도 힘내라고 사탕을 건네본다.



브라보~ 3월의 모든 처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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