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핏줄입니다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바로 그 세상

by 그 중간 어디쯤

사랑하는 아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한 이후 매일 병원에 오셔서 함께 계시던 남편분. 코로나 19로 대면 면회에 제한이 생겼지만, 그 어느 보호자보다도 열심히 병원에 오신다.


덕분에 나도 참 자주 뵙는다.

허름한 옷차림에 아주 낡은 모자를 쓰고 계시지만

눈이 초롱초롱하신 그분인데

안타깝게도 기억력이 떨어지신다.


경도의 치매 이리라..

처음에는 말이 잘 통하는 듯하여 환자분의 상태에 설명을 열심히 드렸었다. 하지만 돌아서면 같은 것을 또 물어보시는 일이 반복되어 요즘은 그저 반갑게 인사드린다. 자세한 논의는 멀리 계신 아드님과 통화로 한다.


하루는 "이선생님~ 어디 이 씨예요?"

물어보시길래 대답했더니

본인과 같은 경주 이 씨가 아니라서 안타깝다고 하셨다.


나는 그저 웃었다.


그런데 며칠 전, 서류 문제로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들어 서시자 마자 아주 큰 소리로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셨다.

우리 같은 이 씨라서 참 좋다고

한 핏줄이니 더 잘 봐달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우리는 한 핏줄 아닙니까~ 이선생님만 믿습니다!!


이 말이 왜 그렇게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지 모르겠다.

왠지 이 믿음에는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내가 어느 선조의 어느 순간에서는 진짜 경주 이 씨의 피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믿고 싶은 대로 기억되는 이분의 기억력이 안쓰럽다가 갑자기 유쾌해진다.


에잇!

아버님!!!

기왕 이렇게 된 거


우리..

한 핏줄 합시다~!


이렇게 믿는 대로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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