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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im Oct 17. 2023

오바마 대통령의 맛집

좋아하는 대통령 있으신가요?

워싱턴 디씨 백악관 바로 앞에 올드에빗그릴(Old Ebbit Grill)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맛집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미국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사실 이곳은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백악관 직원들 모두의 단골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나도 미국에 오자마자 백악관 친구의 소개로 한번 다녀온 이후, 디씨에 갈 때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느 대통령에 비해 다녀간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올드에빗그릴보다 시애틀 탑 팟 도넛, 하와이 버거, 베트남 쌀국숫집이 더 궁금하다. 그가 미국 사회의 비주류였던 흑인이었어서 그런지 여느 대통령들보다 서민적이고 소박함을 즐겨서였는지 그가 방문했던 곳은 친근한 구석이 있다.  


내가 우연히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에 한 바비큐 집이었다. 대표적인 미국음식인 바비큐는 고기 및 과일, 채소를 불에 쬐어 구워내는 방식으로 줄여서 BBQ라고 하는데 텍사스와 캐롤라이나 주가 유명하다. 특히 캐롤라이나는 가게마다 소스를 달리 써서 골라먹는 먹는 재미가 있기에 나도 캐롤라이나 지역을 지날 때면 꼭 바비큐집을 들르곤 한다. 


그중 한 곳 12 Bones smokehouse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접했다. 다 먹을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다녀간지도 몰랐다. 유명한 맛집이긴 했지만 벽에는 낙서가 즐비하고 먼저 캐쉬어에게서 가서 주문하고 번호를 받아가지고 테이블에 앉으면 음식을 갖다 주는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형식의 가게였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라 바비큐를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사진을 보니 아주 반가웠다. 모든 직원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면 대통령이나 유명한 사람이 와서 찍은 사진을 많이 보았지만 대부분 주인이랑 둘이 찍은 경우였는데 이곳에 걸린 두 장의 사진은 직원 전체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그는 대통령이라는 권위가 느껴지기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직원들 모두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을지, 아니면 주인이 다 같이 찍자고 했을지 잘 모르겠다. 어쨌건 양쪽 다 권위 의식을 버리고 함께 하는 모습이라 흐뭇하게 그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나중에 12 bones restuarant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 중에 이 레스토랑을 언급한 영상이 있었다. 그가 이 지역을 다시 방문할 이유가 이곳의 사람들과 이 레스토랑 때문이라고 한 걸로 봐서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가게의 찐 팬인 듯했다. 그러니 나는 개인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다 같이 찍자고 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미국에 와서 부러웠던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퇴임 후 좋은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데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 후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뿐 아니라 국민들이 대통령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조지워싱턴,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 대통령 등 사람은 다를지언정 좋아하는 대통령이 한 명씩은 꼭 있다. 

 

사회마다 요구하는 리더의 기질과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서로 편하게 좋아하는 대통령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 좋아하는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애써야 하는 정치인들이 권위의식만 내세워 아직도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다. 


이런 퀴즈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인, 정치인, 기자가 같이 밥을 먹으면 누가 밥값을 내야 할까요? 


정답은 식당주인이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 혹은 서로 낸다 등 이 질문의 정답이 많아지는 날이 오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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