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꽤 오랜 기간 장수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종영이 되었다. 보통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하는데, '놀러와'는 방송사의 갑작스러운 폐지 통보에,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끝내게 되었다. 최근에는 몇몇 아이돌 그룹의 해체에 있어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돌 그룹이 언젠가는 해체하기 마련이고 팬들도 그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와중에 좋게 헤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런데, 몇몇 아이돌 그룹은 갑작스러운 해체 통보를 하였고, 그래서 팬들한테 큰 상처가 되는 일들이 있었다.
많은 조직이 만남에 크게 공을 들인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소개하는 데에도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런데 또 많은 조직이 이별에는 너무 무심한 것 같다. 구성원과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을 때에도, 그저 그 과정을 빨리 마무리짓고, 법적인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만남에 예의가 필요한 것처럼,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아니, 만남보다 이별에 더 예의가 필요하다. 만남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지만, 이별에는 아쉬움과 슬픔, 심지어는 미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별은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완화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예의는 그런 과정의 기본이 된다.
조직과 사람의 이별은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많은 목격자들이 있다. 그들은 조직이 떠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상대방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보이는 매너보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보이는 매너가 진짜 매너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의 '수준'을 알려 준다. 조직이 이별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조직이 구성원에게 조직의 높은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