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대규모의 인원이 한꺼번에 밥을 먹어야 하기에 이른 점심이 시작된다. 대게는 1학년 배식이 먼저인데 아이들의 배꼽시계가 울기 전에 급식을 먹게 된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급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집에 가면 그제야 배가 고프다.
편식하는 학교급식
급식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날마다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싱글벙글하는 아이가 있고, 낯선 음식은 거부한 채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아이가 있고(대부분), 급식을 받았지만 그 어떤 음식도 단 한 숟갈도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간섭하는 학교급식
선생님들은 급식을 거부하고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얹어 조금만 먹어보라며 정성으로 지도한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정신없는 급식실에서 "안 먹을 거면 그냥 가자"라고 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그러나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고 싶고 새롭고 낯선 음식도 경험하게 해서 편식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주고 싶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교실이 아닌 모두가 모이는 급식실이니 학생 지도도 여러 시선을 의식해 조금 더 열성으로 하게 된다. 먹지 않는 아이들을 본채 만채 그냥 보내면 '자기애라면 저러겠어?' 하는 보이지 않는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데 요즘은 그런 힘든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간섭하는 고마운? 엄마들이 있다.
학교가 수업을 듣고 싶으면 듣고 듣기 싫으면 안 듣고 하는 곳이 아닌 것처럼 급식도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마음대로 할 거면 학교에 영양교사가 왜 존재하며 식단에 영양과 칼로리는 왜 맞추나? 젓가락 한번 대보지 않고 국그릇에 잔반을 모아 오면 퇴식구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당연하다. 먹지도 않고 왜 이렇게 모아왔어? 아이들이 급식을 먹는 것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골고루 급식이 그나마 자리를 잡아간다. 요즘처럼 빵과 치킨 피자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자연식의 건강한 반찬들을 먹어내는건 쉽지 않다. 편리하게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만 먹도록 하고 빠른 성인병이나 걸리게 두면 엄마는 관심 없을지 몰라도 영양샘들은 가만 두고 볼 수가 없다. 집에서 내 아이 하나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이려면 엄청난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그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며 얼마나 힘들까? 아이들이 복잡하고 어수선한 혼란을 틈타 선생님의 말을 무시한 채 가버리면 때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때론 옷자락을 붙들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급식실은 무법천지가 된다.
그런데 본인이 받은 식판의 음식을 남겨온 걸 먹으라 지도한게 아동학대 고발이라면...
이젠 어느 교사가 아이들 편식을 지도할까?
엄마들의 아동학대 고발이 무서워 아이들에게 그 어떤 지도조차 하지 않는 "민원 없는 완벽한 교사"가 늘고있다.
아이들은 이젠 학교는 가되 급식은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되겠지? 학교는 가되 내 맘대로 하면 되겠지? 학교는 가되 수업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되겠지? 학교는 가되 선생님 말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되겠지? 의 기준으로 눈치를 살피고 선생님들의 간을 보며 점점 수위를 높이다 결국 선생님과 마찰이 생기면 엄마에게 선생님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 한다. 초등 저학년들도 아동학대란 말을 달고 다닌다.
학교 입장에선 이런 아이들이 학교를 온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그렇게 마음대로 할거면 학교에 오지말지. 학교는 왜 오나? 그렇게 키운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를 보면 엄마를 알 수 있다. 엄마를 보면 아이를 알 수 있다. 언론에 보도될 만큼 떠들썩한 이슈가 된 민원은 영원한 꼬리표(자랑스럽거나 혹은 수치스럽거나)가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교육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너무나 기운 빠지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교육의 가치를 향해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분들께 힘내라고 하고 싶다.
급식민원이 접수되고 언론에 화려하게 보도까지 되면 해당 학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양샘도 조리실 인력도 아무도 안가려고 한다. 급식 인력은 늘 부족하니 그만둬도 경력 인정받아 다른 학교에 취업하면 된다. 실제 인력 공백으로 직영 급식이 중단된 학교가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위탁 급식이 들어왔지만 직영 급식과 비할 수 없다. 물론 아이들 급식지도 따윈 아무도 관심 없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불만이 더 높아져 하늘을 찌르나 위탁도 마음에 안들면 이젠 도시락 뿐이다. 요즘 돈만 벌자고 일하는 사람이 어딨나? 위탁도 나름의 기준과 가치로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고 급식을 한다. 그런데 격려는 없고 오직 불만만 하늘을 찌른다면 위탁도 던지고 나갈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도시락업체 중 학교급식은 안한다 두손두발 든 곳이 많다. 도시락 싸 올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