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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Oct 25. 2022

아이와 함께하는 한자 여행 11/선택할 수 있는


"엄마 우리 그 놀이 하자요"


준이가 자주 하고 싶어 하는 놀이가 있다.

말로 하는 선택 게임이라고 할까?

한 사람은 두 가지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은 둘 중에서 더 싫은 것을 고르는 거다.

돌아가면서 질문과 대답을 계속한다.


말하기 싫다며 입을 꾹 다물 때도 있지만

아이의 질문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뭘 고를지 고민하고 있다.


"사자 옆에서 계란 후라이 해 먹기, 원숭이 옆에서 바나나 먹기 중 뭐가 최악이에요?"

이런 질문도 받아봤다.

"햄 없는 핫도그, 빵 없는 핫도그 중에 뭐가 최악이에요?" 이런 질문도 해봤다.



양자택일兩者擇一


선택選擇에도 쓰이는 가릴 택擇자에는

손 수手( 扌) 자가 들어가

내가 원하는 것을 손으로 집어 골라내는 것 같다.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양자택일의 순간

내가 뭘 버릴 수 있는지

뭘 더 중요하게 생각해 남기고 싶은지 고민한다.


지난 여름부터 맥주가 당기는 순간

무알코올 맥주를 사서 마시고 있다.

낮에 거품 풍성한 탄산 보리차(?)를

마시고 있으면 맥주에 대한 갈증이

거의 사라진다.


무알콜로도 맥주에 대한 바람이

채워지자 맥주로 내가 바랐던 것이 뭐였는지 알 것 같았다.

쌉쌀하고 시원한 목 넘김과 거품맛그거면 됐다.

알코올로 긴장이 누그러지고 졸리는 상태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매일 한잔은 마시게 되는 커피는 어떤가?

드립 주전자에 물 끓이는 시간

커피 원두를 갈 때 퍼지는 향

필터에서 졸졸졸 커피 내려지는 소리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커피를 마시고

카페인으로 각성되는 순간을 기다린다.

내가 커피에서 놓아버릴 수 없는 것이

카페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디카페인 커피는 손이 가질 않는다.


"오늘 학교 하루 쉬자"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던 아침

하루 학교를 쉬어가기로 했다.

함께 집에서 쉼을

선택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된 우리,

주어진 선택지 바깥을 상상하는

놀이도 함께 해봐야겠다


나만의 엄마노릇을 해내는 것,

그것도 창의력이다.p23

 박혜란 지음/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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