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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알고리즘 10 : 버그 시그널 (2)

by 여기반짝


세 번째 상담 세션.


그는 전략을 바꿨다. 방어가 아닌 정면돌파였다.


“신애수 씨, 당신은 내담자의 무의식을 멋대로 해석하고, 비과학적인 타로카드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요. 이건 상담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에 가깝습니다.”

“역시 천재 개발자의 알고리즘 분!석! 그러나 가스라이팅이 아닌 리라이팅, 당신의 내면을 말이죠.


애수는 흥미롭다는 듯 그의 말을 경청하며 긍정했다.

그러고는 턱을 괸 채,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마치 부드러운 스캐너처럼 그의 얼굴을 훑었다. 애수의 작전은 성공했다. 지혁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여자도, 아니 남자라도 감히 지혁의 얼굴을 정면에서 빤히 바라본 적은 없었다. 지혁의 첫인상에 반했더라도, 위압적인 분위기에 옆모습만 흘끔거릴 수 있었을 뿐.


“그럼 이건 어때요? 지혁 씨가 보여주는 그 완벽하고 냉철한 모습, 융(Jung)은 그걸 페르소나(*주석: 사회적 가면)라고 불렀어요.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요. 그런데 위험한 건, 가면이 너무 완벽할 때예요. 진짜 얼굴을 잊어버리는 거죠.”


그녀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지금 지혁 씨는, 가면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죠?”


정신적인 스트립쇼.


지혁이 직관적으로 떠올린 단어였다.

상담실의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데이터에도 없는, 원인 불명의 생리적 변화였다.


연이은 그녀의 훅.


“우리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어요. 감정은 버그가 아니라, 그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한 본능적인 호출 신호죠. 지혁 씨는 신호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고요.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완벽한 AI인 척하면서요.


애수의 시선이 그의 눈에 깊이 박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꽂히는 스트레이트 펀치.


“어렸을 때부터, 계속 혼자였나요?”


그 한마디에, 지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의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아릿한 감각을 느끼며 간신히 눈앞에 떠오르는 잔상을 지워냈다.


텅 빈 집, 식어버린 저녁, 그리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채 울고 있던 어린아이의 모습.


마음 클릭의 공간을 정적만이 가득 채웠다. 그때 뻐꾸기시계가 7시를 알렸다.


“... 시간 다 됐군요. 다음 주에 보지.”

"......'


그는 간신히 포커페이스를 되찾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 뒤로, 애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지혁 씨, 버그는요. 무시하면 시스템 전체를 멈추게 만들어요.”


그 밤, 지혁은 완벽한 수면 사이클을 여러 번 벗어났다.

머릿속에는 어린아이의 잔상이 어지러이 스쳤고, 흐느낌이 나지막한 소음처럼 뒤엉켜 오류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검은 물속에서 보았던 가느다란 손을 생각했다.

그리고 밤새 뒤척였다.







[공지사항]

독자님들!

다음 주부터 연재 요일을 매주 일요일로 변경합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려니 연재 시간이 부족하네요. ㅠㅠ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의 이미지로 만든 타로카드 첨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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