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사의 멸종, 안전지대는 없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by 김작가

일 년 전부터 오전에 요가 다니는 재미에 푹 빠진 관계로 문득 인도 요가여행이 갑자기 가고 싶어 졌다. 연예인들도 간다던데, 생각만 해도 유의미한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쳇 GPT는 인도 요가여행지를 목록별로 정리해서 5초 안에 펼쳐주었다. 단순 요가 수업만을 원하는지 혹은 액티비티를 원하는지에 따라 분류해서 원하는 곳을 고르도록 해준다. 그중 원하는 도시를 고르자 원데이 클래스부터 여러 날 동안 참여할 수 있는 센터를 알려주었다. 인도까지 가는 비행기 포함 숙박비 수업료 등 경비를 촤르르 보기 좋게 보여준다. 센터를 고르자 경비와 예약하기까지 연결되어 있다. 몇 분 안에 거침없이 일정이 만들어주니 오히려 예약하기 앞에서 내 손이 멈춘다. 어쩐지 당황스럽다. 이래도 되나 싶다. 몇 년 전 같으면 여행사를 운영하는 친구의 연락처를 전화부에서 뒤져 여행의 이유와 코스와 비용 등에 관해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일 있을 때만 전화한다는 핀잔정도는 들어야 하고 정보를 취합한 후 끊을 때 어색한 인사말을 남긴다.


"우리 동네 놀러 오면 꼭 연락해. 밥 살게."


밥을 살 생각은 정말 있었지만 친구에게서 연락이 없다. 전화를 끊고도 부족함이 남아 인도요가여행 블로그를 검색하며 이곳저곳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계획하는데 적잖이 하루이상을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을 테다.


쳇 GPT를 만나기 전과 후로 우리의 삶은 극명하게 빨라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혼자 공부하기에 쳇 GPT는 유용하다. 내가 영어로 말하면 영어로 답을 해준다. 교육환경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운전을 하고 학습자의 집으로 방문을 하고 갑갑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네,다섯군데 방문을 하는 반복된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습자가 지불하는 교육비와 내가 쓰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고급 요가 수업료정도 된다. 한편 집구석에서 AI 선생이 언제든 학습이든 정보든 척척 내놓는 세상에 내가 영어로 문장을 말하고 대화를 유도하면 나보다 더 길게 영어로 의견을 내놓는다. 비싼 돈 내고 회화 학원을 갈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교복을 입는 게 좋다'는 주제로 세 문단짜리 영어글을 요구했더니 몇 초만에 글을 써준다. 토플 라이팅 공부도 할 수 있다. 방문교사의 이점에 대해 검색해 본다. 인간중심과 정서 교감, 학습자의 동기 유발이 강점이라는데, 개인주의가 익숙한 시대라 그런지 내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저자는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청소, 요리, 물류, 고객센터, 자신이 일했던 직업들이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흠...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 하나 싶다.


출근 날의 이야기이다. 이번 달 한 지점에서 빠져나갈 과목(국어, 영어, 수학) 200개가 에정돼있다고 지점장이 목에 핏대를 세워 말한다. 한 과목당 5만 원~ 10만까지 생각해 보면 상당한 금액을 웃돈다. 물론 이런 유출은 한 달에 끝나면 좋겠지만 적어도 수개월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다간 센터 없어지고 지점 통합되는 거 시간문제예요!"


교사들은 벌벌 떨어야 할 이 말에 긴장감이 없다. 누구 때문에 지점이 운영되고 지점장은 월급 받고 외제차를 타는데... 교사들은 주차하기 편한 경차를 타고 다닌다. 지점이 있으려면 교사 없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큰소리를 쳐도 결국 먼저 자리를 내놓을 사람은 명분뿐인 관리자이지 교사가 아니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이 있었다. 이 주간이 되면 학부모들에게 직접적인 평가를 받는 처지에 놓인다.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 어머니들이 종이가방을 내민다. 방문교사의 가장 큰 특혜가 두드러지는 주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로 핸드폰으로 별다방 커피쿠폰을 슝 보내주기도 하고, 빵, 비타민, 바디제품등을 담아 직접 건네기도한다.

물론 몇 년을 봐도 안 챙겨주시는 학부모도 있다. 이 또한 전혀 기분 나쁠 일이 아니라 작든 크든 챙겨주는 분에겐 더욱 감사할 뿐이다.

‘어머니 주신 비타민, 화장품, 빵, 커피 감사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선생님 우리 아이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끝이 간지러웠다.

선물 주신 학부모에게 아이 학습에대해 궁금하신 부분 있냐며 좀 더 긴 상담을 해드리는 서비스로 보답을 한다. 흠... 이런 노동에세이도 앞으로 얼마나 더 쓰게 될까요?

여러분의 직업은 안녕하신가요?

(소중한 카네이션)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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