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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Jul 26. 2019

[초단편소설] 우리 사랑했던 사이였어

나는 너를 한번에 알아봤는데,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나는 한번에 알아봤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친구로 보이는 여자 2명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먹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갔다.


“은재야 오랜만이야. 언젠가 여기에 한번쯤 올거라고 생각했어. 넌 그 때도 한강 보는 걸 좋아했으니까” 나는 은재를 보며 말했다.

“저요? 저 은재 아니에요” 은재가 대답했다.

“그래. 지금은 아니겠지. 100년도 더 전에 넌 은재였어. 이은재”

“네? 아니에요. 잘못 보신 것 같아요”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던가. 

죽음과 탄생을 거치며 드디어 만났는데, 이대로 돌아설 순 없다.


“은재야. 우리 예전에 사랑했던 사이였어. 하지만 우리는 이루어 질 수 없었지. 너는 양반가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이었고, 나는 그 집의 노비였어. 우리 사랑은 감출 수 없었어. 들켰지. 나는 그 집 마당에서 맞아 죽었어. 죽어가는 나를 안고 너는 말했어. 다음 생에 다시 만나 또 나를 사랑하겠다고. 나도 널 다시 만나 사랑하겠다고 약속했어” 나는 옛 기억에 대해 말하며 눈이 붉어졌다.

“아저씨, 죄송한데 이제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착각하신 것 같아요” 닭날개를 먹고 있던 여자가 말했다.


그 때 였다.

은재가 일어나 나를 와락 안았다.

“나 기억났어”

우리는 입을 맞췄다.

“이제 널 잃지 않을거야” 내가 말했다. 

은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포옹한다. 

은재의 체온이 그 동안의 고통을 녹인다.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날 운명이었다. 

나는 운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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