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기분 좋은 벌크업

by 동상

감시는 소홀해지고 있지만 탈출은 요원하기만 하다. 탈출하기 위해선 많은 선결과제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나의 몸이다. 바둥거리던 과거가 무색하게 난 뒤집기를 손쉽게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경이롭게 볼지 모르겠지만 항상 탈출을 꿈꾸는 나에겐 여전히 부족할 뿐이다. 나의 비교 대상은 흑막들이니 더 그럴 수밖에 없다. 흑막은 내가 뒤집기를 할 때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 다녔다. 난 아직 어떻게 해야 걸어 다닐 수 있는지 알 수 조차 없다. '두 손을 쓰지 않고도 몸을 지탱할 수 있다고?'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고 난 탈출을 위해서 이동을 해야 하니, 걷는 것의 대안으로 기어 다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어 다니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나의 폭신폭신하고 포동포동한 팔다리는 보기엔 깨물어주고 싶고 손가락으로 눌러보고픈 매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어 다니기엔 너무나도 연약했다. 뒤집기로 나의 신체를 단련하고 있지만 나의 다급한 마음엔 부족하기만 하다. 무언가 나를 단련할 다른 방법이 필요해 보였다.


내 고민이 무색하게 그 방안은 흑막들이 제공해 줬다. 이건 나의 노력에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흑막들을 괴롭히려 난 무던히도 울어댔다. 흑막들도 이런 날 달래려 많은 노력들을 했다. 날 안고 큰 공(짐볼) 위에 앉아 둥가둥가도 하기도 하고 막 빠르게 걷기도 했다. 내가 독방에 올 때 들었던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나 아빠차를 탔을 때 들었던 바람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난 잠시 신나 하거나 소리에 취해 울음을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흑막들을 괴롭히려 이런 나의 좋은 기분을 잠시 내려두고 끝까지 울었다.


참다못한 흑막들은 결국 의지의 한국인인 나에게 조공을 바치게 되었다. 받은 조공은 나의 손에 딱 잡히는 크기의 막대인데 양 끝이 둥그랬다. 내 손이 2개라 그런지 흑막들도 알아서 한 개가 아닌 두 개로 준비해 놓았다. 난 두 손에 막대를 잡고 승리의 기쁨 취해 흔들었다. "딸랑딸랑" 이 막대들도 기쁜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아주 맘에 드는군. 좀 봐줘 볼까?' 나도 양심이 있어 막대를 흔들 땐 흑막들을 괴롭히지 않고 울음을 그쳤다.


이 딸랑이들을 계속 흔들다 보니 내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니 이 아픔은?' 이 고통은 내가 뒤집기를 열심히 했을 때 느꼈던 나의 근육이 크는 느낌이었다. 역시 도구를 써야 효율이 올라간다. 난 이때부터 미친 듯이 막대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 맛있다.' 내 근육이 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격한 움직임에 내 몸에선 영양분을 요구했다. 이럴 땐 방법이 있다. "응애 응애" 내가 울기 시작하니 흑막들은 나의 배고픔을 어떻게 알았는지 음료를 바로바로 제공했다. 예전엔 나를 타락시킨 음료를 꺼려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젠 나의 좋은 영양분일 뿐이었다.


난 한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벌써 결과가 눈에 띄게 나오고 있다. 내가 무려 두 배나 더 무게가 나가게 됐다. 흑막들과 비교해 보자면 남흑막은 그동안 겨우 1/20 정도만 증가했고 여흑막은 내가 너무 괴롭혔는지 도리어 그 정도가 빠져버렸다. 비록 현재는 흑막들이 나보다 10배는 더 나가지만 내가 이렇게 노력을 한다면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2배 4배 8배 16배 32배. 지금처럼 4번만 더 하면 흑막들과 비슷해진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흑막들처럼 기어다는 것을 넘어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밝은 미래를 위해 난 오늘도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며 운동한다. "딸랑딸랑"


목요일 연재
이전 12화제 12화 소홀해진 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