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오늘도 보람차게 난 열심히 막대기를 두 손에 꼭 잡고 흔들고 있다. 내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 흐뭇하기만 하다. 이상하게도 흑막들도 흐뭇해하기에 살짝 기분이 나쁘긴 하다. 내 팔은 더 포동포동해졌고 몸도 더 커져만 갔다. 내 얼굴도 점점 살이 오르고 머리도 커졌다. 남흑막이 나의 커진 머리를 보고 "내 아들의 머리 크기가 상위 10% 안이라니, 이상하게 옷 입힐 때 어려워서 옷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큭큭." 뜻 모를 말을 하며 음침하게 웃어댔다. '어라 팔 운동을 하는데 머리가 커지는 게 맞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흑막들과 점점 비슷해져 가는 거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막대기를 워낙 많이 흔들다 보니 어느 순간 막대기가 가볍게 느껴졌다. 자연히 팔 운동이 쉬워졌고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팔운동만 하면 내가 흑막들처럼 일어설 수 있나?' 팔운동을 하면 더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내 몸을 세워 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는 것은 팔이 아닌 다리가 필요했다. 나의 비대해진 몸과 머리에 비해 나의 앙증맞은 다리는 예쁘긴 하지만 부실해 보였다. '이제 다리를 운동해야 될 시기야.' 나의 다음 할 일이 정해졌다.
다리를 단련하기 위해서 일단 바둥거려 봤다. 숨이 차기는 했지만 다리가 운동이 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팔과 같이 막대기를 잡고 흔들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발가락으로는 막대기를 잡을 수도 없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다리 운동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마침 여흑막이 나의 포동포동하고 부드러운 다리를 누르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쭉쭉쭉~ 쭉쭉쭉~" 여흑막은 흥겨운 리듬을 타며 즐거워했다. '내 다리가 길어지는 느낌이야.' 남흑막도 어디서 배워왔는지 내 다리 잡고 막 돌려댔다. "자전거~ 자전거~" 역시 남흑막이 여흑막보다 더 거칠게 나를 다루었다. 여기까진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참았지만 여흑막이 어디서 배워왔는지 "포인~ 플랙스~, 포인~ 플랙스~" 하면서 내 발을 쭉 폈다 당겼다 할 때는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 칭얼대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했다.
흑막들이 고맙게도 나의 다리를 강제로 운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탈출을 위해서는 흑막들의 예상을 뛰어넘어야 했기에 난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흑막들은 이런 내 생각들을 읽기라도 한 듯 어느 날 신기하고 알록달록한 기구를 가지고 왔다. 내 눈앞에는 건망지게 보이는 물체들이 둥둥 떠있어서 막 잡아당겨도 보고 쳐보기도 했다. 이게 은근히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너무 집중해서인지 어느 순간 음료를 먹을 시간이 오기도 했다. '정신 차려. 이럴 때가 아니라고.'
나는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여 나의 다리를 단련할 겸 쭉 펴봤다. "도" 나의 오른발에 무언가 닿더니 어떤 소리가 났다. 왼다리도 쭉 펴보니 왼발에서 닿는 것이 있었다. "레" 아까 낫던 소리보다 조금 높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뭐지?' 난 호기심에 두 다리를 쭉쭉 뻗었다. "도레 도레" 닿는 물체를 더 강하게 밀면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더 힘차게 다리를 뻗었다. "도레 도미" 힘을 너무 세게 줘서 인지 내 몸이 움직였고 내 발은 우연히 원래보다 옆에 닿았다. 그곳을 누르니 기존 소리보다 조금 더 높은 소리가 났다.
'이거 재밌는데' 나는 한참을 이 소리를 들으려 발을 뻗고 또 뻗었다. 시간이 흐른 후 난 흥분을 가라앉히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진정하고 보니 내 다리가 많은 움직임과 닿는 물체를 밀어내려 힘을 써서 인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고통은 내가 막대기를 흔들며 팔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었다. 드디어 난 완벽하게 나를 단련시킬 방법을 완성했다. 상체는 "딸랑 딸랑" 하체는 "도레 도레"
내가 뭔가 필요로 할 때마다 흑막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오는 것이 왠지 나를 단련시키려 흑막들이 준비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모르는 흑막들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해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든지 의도대로 해주지. 난 흑막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테니까. 그때 가서 후회하게 될걸.' 그날을 기대하며 난 오늘도 나를 단련시킨다. "딸랑 도레" "딸랑 도미"